[커버스토리]나, 매일 화장할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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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남자로 확 변신해보니 여자의 화장쾌감 알 것 같다”
면접男vs 아이돌男되기 메이크업 체험기

남자라고 더 이상 참기가 힘들었다. 거울 앞에 앉아 메이크업을 받았다. 조금씩 변해가는 얼굴에 피식 웃음이 났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원래 내 얼굴인가 싶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 자리 잡은 MAC 스토어를 찾아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본보 한우신 기자(왼쪽)와 권기범 기자(오른쪽). 한 기자의 메이크업은 김은지 MAC 부수석 아티스트가, 권 기자는 이원우 MAC 롯데백화점 본점 아티스트가 맡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남자라고 더 이상 참기가 힘들었다. 거울 앞에 앉아 메이크업을 받았다. 조금씩 변해가는 얼굴에 피식 웃음이 났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원래 내 얼굴인가 싶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 자리 잡은 MAC 스토어를 찾아 메이크업
을 받고 있는 본보 한우신 기자(왼쪽)와 권기범 기자(오른쪽). 한 기자의 메이크업은 김은지 MAC 부수석 아티스트가, 권 기자는 이원우 MAC 롯데백화점 본점 아티스트가 맡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예뻐지고 싶다는 것은 식욕에 버금가는 욕망이다. 모든 인류의 공통된 소원이기도 하다. 남자라고 예외는 아니다. 과거 시대가 허락하지 않았던 ‘미(美)를 향한 욕망’을 분출하는 남자들이 최근 들어 크게 늘었다. 적잖은 남자들이 아침마다 BB크림을 바른다. 번화가와 맞닿은 지하철역 화장실, BB크림을 덧바르는 남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은 BB크림을 바르기 전 피지 제거 필름으로 얼굴의 기름기를 닦아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간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 아예 메이크업을 한다. 당연히 BB크림만 바르는 것보다 효과가 뛰어나다.

남자 얼굴은 화장을 하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본보 기자 두 명이 체험에 나섰다. 권기범 기자는 원래 피부가 좋은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면접·맞선용 메이크업’을 받았다. 한우신 기자는 더 나아가 눈 화장에 턱선 깎기(셰이딩)까지 도전했다. 이른바 ‘아이돌 메이크업’. 이를 위해 기자들은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에 있는 MAC 홍대스토어를 찾았다.

메이크업의 시작… 피부결 정돈


메이크업의 기본은 피부를 정돈하는 일이다. 평평하고 깨끗한 바닥이어야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지는 법. 클렌징 워터(미네랄라이즈 차지드 워터 클렌저)를 화장솜에 적셔 피부를 닦아냈다. 소프트닝 토닝 로션으로는 얼굴 톤을 맑게 했다. 그 다음엔 픽서(픽스 플러스)를 뿌려 수분을 공급해줬다. 야외활동이 잦은 남성들은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때 픽서를 뿌려주면 수분이 유지되고 ‘화장이 잘 먹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권 기자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이원우 MAC 롯데백화점 본점 아티스트(25)는 “수분 공급에는 미스트도 좋지만, 메이크업 단계에서는 픽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많은 남자들에게 ‘화장품의 시작이자 끝’인 로션은 아직 바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3가지 제품을 썼다. 평소 자주 느끼던 피부가 땅기던 느낌이 사라졌다. 그 위에 로션을 발랐다. 로션은 촉촉함을 더하고 얼굴빛이 투명하게 보이는 역할을 한다. 기초화장의 마지막 단계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프라이머(프렙+프라임 페이스 프로텍트) 바르기. 이것은 선크림 효과를 주면서도 끈적임과 유분기가 없다. 메이크업의 지속력을 높이는 바탕이 된다.

▼ CC크림 컨실러 아이섀도 과정 거치니… 앗, 이게 누구야? ▼
“이거 원래 내 피부야”… 화장한 티 안 나는 메이크업


컨실러를 바르는 권기범 기자의 모습(위). 메이크업 전(왼쪽)과 후(오른쪽)를 비교해 보면 붉은 기가 사라지고 피부 톤이 밝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컨실러를 바르는 권기범 기자의 모습(위). 메이크업 전(왼쪽)과 후(오른쪽)를 비교해 보면 붉은 기가 사라지고 피부 톤이 밝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본격적인 메이크업이 시작됐다. 얼굴의 잡티와 붉은 기운을 지워주는 CC크림(프렙+프라임 CC컬러 코렉팅)을 골고루 발랐다. CC크림은 BB크림에 모공과 잔주름을 메워주는 기능이 추가된 제품. BB크림을 발랐을 때 얼굴이 허옇게 떠 보이는 현상을 없애준다. CC크림은 얼굴빛에 따라 선택을 달리해야 한다. 얼굴이 붉은 톤이면 노란색, 검은 톤이면 핑크색, 노란 톤이면 연보라색 CC크림을 사용하는 게 좋다.

그 다음으로는 컨실러를 바른다. 바로 메이크업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는 그것이다. 컨실러는 CC크림 단계에서 가리지 못한 붉은 기운과 잡티를 없애준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피부보다 어두운 색을 사용해야 한다. 눈 밑 다크서클 부분에는 가벼운 느낌의 리퀴드 타입을 사용하고 그 이외 부위에는 크림 타입 컨실러로 점과 잡티를 확실히 가려준다.

여기까지의 과정을 마친 권 기자는 미소를 지었다. 얼굴이 훨씬 깨끗해졌다. 여기에 눈썹 정리가 추가됐다. 권 기자의 눈썹은 미간이 다소 좁고 바깥쪽 부분으로 잔털이 많은 스타일. ‘눈썹 아랫부분만 정리한다’ ‘미간은 적당히 넓게 하되 콧날이 돋보이도록 너무 넓게 깎지 않는다’ 같은 원칙을 지켜가며 손질을 했다. 한결 깔끔해졌다. 면접이나 맞선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 호감을 줄 수 있는 메이크업이 완성됐다.

튀고 싶은 날… 눈화장에 셰이딩까지


셰이딩을 받고 있는 한우신 기자(위). 메이크업을 마친 한 기자의 얼굴(오른쪽)은 메이크업 전(왼쪽)에 비해 눈이 또렷해지고 턱선이 날카로워졌다.
셰이딩을 받고 있는 한우신 기자(위). 메이크업을 마친 한 기자의 얼굴(오른쪽)은 메이크업 전(왼쪽)에 비해 눈이 또렷해지고 턱선이 날카로워졌다.
한 기자의 메이크업은 이제 절반을 갓 넘겼다. 컨실러에 더해 파운데이션을 발랐다. 커버력을 한층 높이는 작업이다. 라텍스 스펀지를 사용해 파운데이션을 붉은 기가 남은 부분과 수염이 있는 부분에 가볍게 발라줬다. 눈썹을 다듬은 후에는 아이섀도를 브러시에 묻혀 눈썹 사이의 빈 곳을 메워줬다. 눈썹 선이 더욱 또렷해졌다. 눈썹 끝 꼬리 부분은 더욱 선명하게 그렸다.

눈 화장도 감행했다. 갈색 아이섀도를 눈두덩 전체에 옅게 펴 발라주고 조금 더 짙은 아이섀도를 쌍꺼풀 라인에 덧발라줬다. 또한 검은 펜슬을 브러시에 묻혀 눈 라인을 그렸다. 어두운 색이 들어가니 눈이 커보였다.

마무리는 턱선을 살리는 셰이딩 작업. 브러시를 써서 구레나룻으로부터 아래 방향으로 파운데이션을 발라준다. 전체 피부톤보다 어두운 톤의 파운데이션을 바르면 음영감이 만들어진다. 턱선을 살리며 날카로운 느낌을 만드는 것이다. 김은지 MAC 부수석 아티스트(33)는 “여자 연예인처럼 얼굴이 작아 보이게 하고 싶다면 눈 아래 부분부터 세이딩 작업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변신을 도와준 김은지(오른쪽), 이원우(왼쪽) MAC 아티스트. 그리고 메이크업에 쓰인 다양한 제품들.
기자들의 변신을 도와준 김은지(오른쪽), 이원우(왼쪽) MAC 아티스트. 그리고 메이크업에 쓰인 다양한 제품들.
한 기자는 입술색이 많이 붉은 편. 이런 사람은 눈 밑에 바른 컨실러를 입술에 바르면 된다.그 위에 화장 마무리 단계에서 브라운 계열의 립스틱을 바르면 얼굴색과 입술색을 조화시킬 수 있다. 결국 한 기자는 립스틱까지 바르고야 말았다.

처음에는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이 연극배우 같아 어색했다. 자꾸 보니 익숙해진다. 서로를 보며 마냥 웃었던 2명의 남자 기자는 더이상 웃지 않았다. 여자들의 화장이 점점 진해지는 이유를 알 듯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권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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