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Specialist 지금 찬찬히 자신의 화장대를 둘러보라. 지난 1년간 사용하지 않았고, 향후 3개월 동안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화장대 터줏대감들이 눈에 들어오진 않는가?
많은 여성들이 화장품의 제조연월일은 꼼꼼히 따지는 반면, 개봉한 지 한참 지난 제품은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화장품도 음식처럼 뚜껑을 열어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부터 산화되고 오염되기 시작한다. 개봉한 지 오래된 제품은 본연의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질 뿐 아니라 피부 가려움증이나 따가움 등 각종 피부염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화장품의 사용기한은 대개 화장품 용기에 ‘12M’이나 ‘6M’ 식으로 표기돼 있다. 개봉 후 12개월 또는 6개월 이내에 사용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표기된 사용기한이 길더라도 개봉 후 6개월이 지났다면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다. 자외선 차단제같이 하루에도 여러 번 사용하는 제품이나 파우더, 마스카라 등 피부에 직접적으로 접촉해 피부 분비물이 묻어 섞일 수 있는 제품은 보관 과정에서 세균 번식은 물론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모든 화장품에는 제품을 판매하고 소비되기까지의 시간 동안 변질을 막기 위해 방부제를 첨가한다. 방부제 역할을 하는 것은 대부분 화학 성분으로 많은 여성들이 기피하는 성분이지만 화장품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성분이기도 하다. 화장품에 포함된 수분이나 오일 등이 세균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작용하는 것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표 방부제 성분인 ‘파라벤’이 여러 가지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고 피부암까지 발생한다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많은 화장품 회사들이 ‘NO 파라벤’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파라벤’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물질은 없다. ‘파라벤’ 대용으로 사용하는 ‘페녹시에탄올’이나 ‘이미다졸리디닐우레아’ 같은 성분 역시 완벽하게 안전한 성분도 아니다. 이러한 성분 대신 ‘천연 방부제’를 사용하기도 하나 화학 방부제에 비해 변질되기 쉬워 이 역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방부제는 화장품 제조와 보관에 있어 필요악 같은 존재. 바람직한 방법은 최대한 화장품이 변질되지 않는 환경을 조성ㆍ보관해 사용하고 개봉 후 6개월에서 1년 안에 다 쓰는 것이다. 먼지 쌓인 샘플은 과감히 버려야 화장품은 직사광선을 피해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기본이다. 간혹 화장품을 일반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온도가 너무 낮아 함유된 성분의 기능 유지에 좋지 않다.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면 화장품 전용 냉장고 사용을 권장한다. 화장품을 사용한 후에는 마개를 잘 막아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로 줄이고, 손으로 직접 내용물을 덜어 사용하기보다 스패출러 등의 도구를 이용한다. 도구는 정기적으로 미지근한 물에 중성 세제로 깨끗이 세척해가며 사용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용기한이 표시되지 않은 화장품 샘플은 받는 즉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사실 샘플은 본 제품을 사기 전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지 않는지 미리 체험해보는 ‘견본품’. 이는 받았을 때 바로 사용하도록 권장하기 때문에 사용기한을 표시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여행을 위해 모아둔 먼지 쌓인 샘플들은 과감하게 버린다. 정상적인 화장품도 피부 트러블이 발생할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하물며 유통기한이 훌쩍 지난 제품을 사용한다니! 피부에 심각한 비상경보가 울리기 전, 음식의 유통기한을 살피듯 화장품 유통기한도 꼼꼼히 살피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자, 지금 당장 화장대로 가 내 피부를 위협하는 오래된 제품이 없는지 살펴봐야 할 때다.
김홍석 피부과 전문의 와인 피부과 성형외과의 피부과 전문의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뷰티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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