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현자로 유명한 미국의 철학자 에릭 호퍼(1902∼1983)의 잠언집 ‘영혼의 연금술’의 마지막 문장이다. ‘머리를 아래로 하고 엉덩이를 위로 한 사유’를 지향한 호퍼의 경구와 잠언을 담은 책(이다미디어)이 새로 번역됐다. ‘영혼의 연금술’(1955)과 ‘인간의 조건’(1964)이다.
행상과 떠돌이 일꾼, 웨이터, 부두 노동자를 전전하면서 독학으로 철학 체계를 구축한 호퍼는 1951년 ‘맹신자들’을 발표하며 단숨에 유명 철학가의 반열에 올랐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적수였던 나치주의와 공산주의를 포함한 20세기 대중운동에 나타나는 맹신주의를 예리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호퍼가 죽기 1년 전 발표한 마지막 저서 ‘길 위의 철학자’(1982)가 2003년 먼저 번역됐다. 2011년 번역된 ‘맹신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한국 독자들에겐 맹목적 믿음에 쉽게 휩쓸리는 대중 비판보다는 인생 역전에 성공한 사람의 먹물 비판이 더 소구력 있게 다가선 것이다.
호퍼의 잠언집에는 이 두 책의 매력이 교차한다. ‘영혼의 연금술’에는 나약한 인간 존재에 대한 매서운 비판이 살아 숨쉰다면 ‘인간의 조건’에는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이를 채우려 창조적 삶이 가능하다는 따뜻한 통찰이 빛난다. ‘길 위의 철학자’도 호퍼 총서의 하나로 새로 번역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