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도 안 되는 책 제목이 있나. 놀려면 놀든지, 공부하려면 공부할 것이지 물과 기름같이 상반된 행위를 아우르겠다는 말인가. 헌데 이 무모한 시도가 효과가 있었나 보다. 부부인 저자들의 세 딸이 모두 이른바 ‘SKY’인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들어갔으니. 그래서 책의 부제도 ‘SKY 가족여행’이다.
가족은 모두 여섯. 부부와 세 딸, 그리고 지금은 고교생인 막둥이 아들이다. 가족은 지금은 첫째 딸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부터 20여 년 동안 여행을 다녔다. 책은 전국의 역사와 자연, 삶과 문화 현장을 찾아다닌 체험학습과 교육여행의 기록이다.
아이들과 함께했던 여행을 초중 교과과정에 맞춰 내용을 보태 새롭게 정리했다. 교과서를 분석해 학습에 도움이 되는 중요 여행지를 주제별로 가려낸 뒤 교과 내용에 교양, 상식, 창의력, 가족사랑의 양념을 더했다. 신문기자 출신의 아빠는 꼼꼼하게 여행지 자료를 챙겼고, 엄마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여행을 함께했다. 이해하기 쉽게 대화체로 엮었다.
경기 양주시 송암천문대에서는 우주의 신비와 인류의 기원에 대해 고민했다. 밤하늘 총총한 별을 보며 엄마가 아들 훈이에게 물었다.
“이 우주에는 별이 몇 개쯤 될까?” 아들은 “어떻게 다 셀 수 있겠냐”고 답했다. 엄마는 “우리 은하에는 별이 1000억 개 있고, 우리 은하 같은 은하가 우주에 1000억 개 있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 화개장은 끝자리가 1, 6일인 날에 열렸지만 지금은 상설시장이 됐다. 지리산 산나물과 섬진강 은어, 재첩이 유명한 장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박경리 소설 ‘토지’의 무대인 최참판댁이 있다. 아이들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을 보고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을 이해했다.
여행은 철마다 고로쇠축제(3∼4월), 산수유축제(4월), 메뚜기축제(10월)가 열리는 경기 양평군 중미산 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진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 고원, 충남 아산시 외암민속마을, 전남 나주시 이슬촌 등도 이들이 생각과 감성을 살찌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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