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예술의 보편성과 유럽 근대법 체계의 특수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2일 03시 00분


◇예술체계이론/니클라스 루만 지음/박여성 이철 옮김/580쪽·3만 원·한길사
◇사회의 법/니클라스 루만 지음/윤재왕 옮김/776쪽·6만3000원·새물결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은 ‘늪’에 비유된다. 다양한 이론을 주조해 구축한 ‘사회적 체계에 관한 일반이론’을 워낙 방대한 저술에 담아낸 탓에 그 전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2007년 국내에 처음 번역된 그의 주저 ‘사회체계이론’(한길사)은 1, 2권을 합쳐 842쪽이나 된다. 하지만 1984년 출간된 이 책은 루만 사회학의 서론에 불과하다. 루만은 이후 경제, 학문, 법, 예술, 종교, 정치, 교육까지 사회의 하부체계를 다룬 ‘사회의∼’ 시리즈를 출간했다. 1997년 출간된 ‘사회의 사회’(새물결)는 이 시리즈의 결론에 해당하는 책인데 지난해 국내에 번역된 이 책의 1, 2권을 합치면 2031쪽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본토인 독일에서조차 ‘루만 책은 한 9년쯤 꾸준히 읽어야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그처럼 방대한 루만의 사회체계이론을 각각 예술과 법에 적용한 ‘사회의∼’ 시리즈 두 권이 나란히 번역돼 나왔다. ‘예술체계이론’과 ‘사회의 법’이다. 흥미로운 점은 전자가 예술의 보편성을 탐구했다면 후자는 유럽 근대법이란 특수성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예술체계이론’은 1995년 발표된 ‘사회의 예술’을 번역했다. 핵심은 예술이 예술적 주체(예술가)의 신비로운 창작활동의 결과가 아니라 세계(환경)로부터 관찰자 자신을 구별하는 사건에 대한 지각을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특수한 의사소통의 연쇄로 이뤄진 시스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접근이 두드러진다.

반면 1993년 발표된 ‘사회의 법’은 11세기 로마법대전이 재발견되면서 태동된 유럽의 근대법체계가 각각의 지역적 관습을 뛰어넘어 독자성을 획득한 역사 과정을 ‘자기발생적 시스템’ 사례연구로 접근한다. 판사 출신에서 사회학자로 변신한 루만은 이 책에서 전체 체계로서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는 법체계의 지배적 지위가 유럽만의 비정상적 발전의 산물이므로 얼마든지 약화될 수 있다고 봤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예술체계이론#사회의 법#니클라스 루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