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절대음감은 절대적이지 않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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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절대음감이 있어요. 음악을 시켜야 할까요?”

음악 전공자들이 종종 듣는 얘기입니다. 과연 절대음감이 음악을 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할까요. 그러나 이런 질문을 하는 부모님 중에 절대음감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분도 많습니다.

절대음감은 영어로 ‘absolute pitch’ 또는 ‘perfect pitch’입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절대(완전) 음높이감(感)’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과 관련된 능력에는 박자, 화음을 비롯해 수많은 갈래가 있고, 음높이에 대한 감각은 그 일부일 뿐입니다. 어린이가 멜로디를 듣고 따라 치는 능력이나 선율에 쉽게 반주를 붙이는 감각, 악보를 술술 읽는 능력은 절대음감과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대’라는 표현도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평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해 차원이 다른 천재적 소질처럼 들리죠. 그렇지만 ‘절대’라는 말이 붙은 것은 그것이 비범하게 천재적인 능력이어서가 아니라, 절대음감과 대비되는 ‘상대음감’과 다르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서입니다.

상대음감이란 어떤 음이 다른 음과 비교해 얼마나 높고 낮은지 짚어내는 능력입니다. 절대음감은 다른 음과 비교하지 않고서도 바로 그 음이 어떤 높이인지 알아내는 능력입니다. 상대음감은 절대음감과 별개의 능력이지 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절대음감의 소유자 중에서도 상대음감은 부족한 사람도 많습니다.

게다가 절대음감 자체도 ‘상대적’입니다. 음악학자들의 실험 결과 절대음감을 가진 음대생들도 C, G, F 등 ‘쉬운’음일수록 잘 맞혔고 F#과 같이 상대적으로 드물게 연주되는 음은 틀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절대음감이 항상 선천적인 것은 아니며, 훈련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도 물론입니다.

요약하자면, 절대음감은 ‘절대적’이 아니며 수많은 음악적 능력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절대음감이 있어야 음악하기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절대음감을 갖지 못했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음악가도 많습니다. 음악사상 문헌을 통해 절대음감을 갖췄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대작곡가는 모차르트, 베토벤, 생상스 정도에 불과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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