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다란 뿔 하나가 창공에 꽂혀 있어/남쪽 땅 진압하는 그 기세 당당하네/두힐(전라 나주 지역 백제시대 지명)로 봉했던 곳 청해 안이 거기더냐.’(다산 정약용·1762∼1836의 시 ‘월출산 정상에 올라서·登月出山絶頂’에서)
전남 영암군에 있는 월출산은 예부터 영험한 기세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조선 지리지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선 ‘작은 금강산’이라 불렀으며 정약용은 물론이고 기대승(1527∼1572) 이유원(1814∼1888) 등 여러 문인이 글을 남겼다. 특히 다산과 친분이 깊던 초의선사(1786∼1866)는 1812년 그린 ‘백운동도(白雲洞圖)’에서 월출산의 뾰족한 봉우리 생김새를 잘 표현했다.
문화재청은 최근 월출산처럼 충청 전라에서 역사적 향취가 담긴 장소를 모은 종합보고서 ‘고서화 고문헌 등에 나타난 명승자원 발굴조사’를 발표했다.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은 그간 경관적 요소를 중시했으나 앞으론 옛 글과 그림의 흔적을 좇아 ‘인문학적인 스토리텔링’도 발굴해 선정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이번 조사에서 월출산과 함께 뽑힌 우선지정대상 가운데 전북 부안군 봉래곡 직소폭포도 눈에 띈다. 구한말 우국지사 송병선(1836∼1905)은 직소폭포를 “설악산 구룡폭포나 개성 박연폭포와 비교해도 손색없다”고 극찬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이 소장한 표암 강세황(1713∼1791)의 ‘우금암도(禹金巖圖)’에는 보이는 대로 담은 폭포 물결이 춤을 춘다.
이 밖에 △대전 동구 남간정사(南澗精舍) △충북 영동군 황간 한천팔경(寒泉八景) △전남 구례군 오산 사성암(四聖庵) 인근도 우선지정대상 명승 자원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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