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웅 목사 “교리는 교회를 나누지만 봉사는 교회를 하나로 만듭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개신교 원로 손인웅 목사, 교계 잡음-세속화에 쓴소리

26일 덕수교회가 영성훈련원으로 쓰고 있는 고택 일관정에서 만난 손인웅 목사는 “현재 교회 분열은 교회자체가 아니라 목회자들의 다툼과 세속화가 원인”이라며 “평신도들의 비판과 참여가 교회 일치와 갱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6일 덕수교회가 영성훈련원으로 쓰고 있는 고택 일관정에서 만난 손인웅 목사는 “현재 교회 분열은 교회자체가 아니라 목회자들의 다툼과 세속화가 원인”이라며 “평신도들의 비판과 참여가 교회 일치와 갱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다른 누구도 아닌 목회자들이 흙탕물을 만들고 있다. 샘물이 계속 솟아야 혼탁해진 연못을 맑게 할 수 있다.”

종교 간 대화와 교회 갱신에 헌신해온 개신교 원로 손인웅 목사(72)의 쓴소리다. 여의도 순복음교회와 사랑의교회 등 대형교회 목회자를 둘러싼 소송과 세속화 논란, 이름과는 달리 연합으로 치러지지 못하는 부활절 연합예배(4월 20일) 등 현재 진행형인 개신교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다. 2012년 서울 성북구 덕수교회 담임 목사직에서 물러나 원로 목사로 있는 그는 현재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위원장과 한국교회희망봉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가 찾은 샘물은 무엇일까?

“교계에 오래된 명제가 하나 있다. ‘교리는 교회를 나누고, 봉사는 교회를 하나 되게 한다’는 말이다. 한국 교회의 화두는 더 이상 신자를 늘리고, 건물을 신축하는 외적 성장이 될 수 없다. 사회봉사라는 최상의 가치에 ‘올인(다걸기)’해야 한다. 그래야 교회와 사회 사이에 생긴 벽을 넘을 수 있고, 모두 건강해질 수 있다.”

실제 2007년 개신교계는 서해안 태안 앞바다에 기름 유출사고가 터졌을 때 범교단 차원으로 움직였다. 손 목사는 “당시 교단이 어디냐에 관계없이 목회자와 평신자가 기름을 뒤집어쓴 채 복구에 매달리며 땀과 눈물을 함께 흘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교회의 세속화와 자리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교단의 모습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부끄럽지만 온갖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세상과 교회의 모습이 다를 게 없다. 교회는 사회와는 다른 영성(靈性), 거룩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뭣 하러 교회를 찾겠나?”

그는 영성에 대한 좁은 이해도 아쉽다고 했다. “영성은 새벽기도나 거리전도와 같은 모습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 교회 안에서 훌륭한 교인이 사회 밖에서도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삶으로 그리스도의 삶을 닮아가야 한다.”

손 목사는 13일 한국교회희망봉사단 이사장 자격으로 미래목회포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와 함께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회견은 한때 아름다운 미덕으로 자리 잡았던 부활절 연합예배 전통이 무너지고, 교회의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반성과 함께 대안을 찾기 위한 자리였다.

“그동안 노력했지만 부활절 예배가 한곳에서 치러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리스도는 한 분인데 교회도 나뉘고, 연합예배마저 이런 지경이라 할 말이 없다. 2006년까지 활동한 교단장 협의회를 부활시켜 개신교단 전체 의사를 모으고 교회 일치를 위해 노력하겠다.”

손 목사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 교회에 희망 있느냐’고 물으면 그래도 ‘희망 있다’고 답변하겠다”는 말을 꺼냈다. “지난해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한국 교회의 역동성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어느 나라 신자들보다 열심히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헌금한다는 것이다. 이 에너지가 사회 속으로 전달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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