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마이택시’, 런던 ‘블랙 캡’처럼 서울의 아이콘 됐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6일 03시 00분


‘iF 디자인 어워드 2014’서 금상 수상한 현대카드 ‘마이택시’

현대카드의 ‘마이택시’(왼쪽) 프로젝트를 이끈 이정원 현대카드 디자인랩 실장(오른쪽).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의 ‘마이택시’(왼쪽) 프로젝트를 이끈 이정원 현대카드 디자인랩 실장(오른쪽). 현대카드 제공
택시를 탈 때마다 ‘남의 차’를 얻어 타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유모차나 트렁크를 택시에 쉽게 싣는 방법은 없을까. 목적지까지 얼마나 걸릴까….

누구나 한 번씩 가졌을 법한 질문들. 국제 디자인 공모전인 ‘iF 디자인 어워드 2014’에서 금상(커뮤니케이션 부문)을 수상한 현대카드의 ‘마이택시(MY Taxi)’는 누구나 한 번씩 가져봤을 법한 이런 의문에서 시작됐다. 마이택시는 현대카드가 제안한 서울시민을 위한 경차 택시다. 이정원 현대카드 디자인랩 실장으로부터 마이택시의 탄생기를 들어봤다.

현대카드는 제주 올레길 디자인과 서울역 버스 정류장 개선 사업 등 공공 부문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벌였다. 카드회사지만 단순히 대금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닌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관여한다는 뜻에서 시작한 일이다. 마이택시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택시를 단순히 교통수단으로 봤다면 이 프로젝트에 도전하지 않았을 겁니다. 택시야말로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그래서 고객들이 일상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플랫폼이지요. 우리의 상상으로 고객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현대카드의 마이택시는 승객의 탑승 여부 등에 따라 전등 색깔이 달라진다(맨 위쪽). 또 승객이 트렁크나 유모차 등을 택시에 쉽게 실을 수 있도록 조수석을 짐 싣는 공간으로 바꿨고(가운데) 뒷 좌석에 세 명이 타도 좁지 않게 느껴지도록 좌석 간 경계를 없앴다(맨 아래쪽).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의 마이택시는 승객의 탑승 여부 등에 따라 전등 색깔이 달라진다(맨 위쪽). 또 승객이 트렁크나 유모차 등을 택시에 쉽게 실을 수 있도록 조수석을 짐 싣는 공간으로 바꿨고(가운데) 뒷 좌석에 세 명이 타도 좁지 않게 느껴지도록 좌석 간 경계를 없앴다(맨 아래쪽).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는 택시 승객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 실장을 포함한 현대카드 디자인랩실 소속 8명은 태스크포스(TF)를 짰다. 누구나 이용하는 택시인지라 여러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그 결과 마이택시의 키워드를 ‘3S’로 잡을 수 있었다. 도심 교통에 맞게 크기가 작으면서도(Small)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것(Spacious). 또 승객이 편리하도록(Smart) 서비스를 재구성하기로 했다.

“기사가 아닌 승객이 ‘내 차’를 탄 것과 같은 느낌을 들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택시 이름도 마이택시로 붙였어요. 마이택시의 조수석을 과감하게 들어낸 게 대표적이죠. 여기에 유모차나 트렁크 등 승객들의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꾼 것이지요.”

현대카드는 ‘택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승객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능을 중심으로 개념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어 택시는 비행기라는 전제를 세우기도 했다.

“택시라고 해서 비행기에서 누리는 경험을 못 누리라는 법은 없죠. 비행기에서 현 위치와 남은 시간 등의 정보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택시 좌석에 모니터를 붙여 승객이 자신의 위치와 경로, 예상 요금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했어요.”

마이택시는 엄마가 아이의 학원 시간에 맞춰 택시를 보내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사커맘’ 역할이다. 아이 엄마는 사무실에서 아이의 이동 경로와 도착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택시 요금을 결제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통역사’ 역할을 한다. 외국인 승객이 타더라도 좌석 앞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6개 언어로 안내되는 모니터를 통해 목적지 등을 누르면 기사와 의사소통이 되게 했다.

승객들의 걱정거리도 해결해줬다. “여자 친구나 상사를 택시로 태워 보낼 때 귀가를 잘할지 걱정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를 근거리무선통신(NFC)으로 해결했어요. 택시의 표면에 휴대전화를 갖다 대면 택시회사, 택시운전사 이름 등의 정보가 휴대전화에 저장되는 방식이죠.”

현대카드는 계열사인 기아차의 경차 ‘레이’로 이런 상상을 담은 콘셉트카를 제작했다. 실제 택시로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택시에 대한 상상력은 버리지 못했다.

“디자인은 거창하지 않아요. 현재 상황을 조금 비틀어서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혁신한다면 그게 디자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의 택시가 영국 런던의 ‘블랙 캡’이나 미국 뉴욕의 ‘옐로 캡’처럼 도시의 아이콘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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