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가로수길에 숨은 가정식 도시락 전문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6일 03시 00분


[셰프와 작은 밥집]<2>나무그늘 Park

한국의 소호로 불리는 가로수길. 거리 간판들이 수시로 바뀌는 이곳에 4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은 밥집 ‘나무그늘 Park’이 있다. 크게 일자로 뻗어 있는 가로수길 메인 거리에서 한 블록 안쪽 골목길로 들어가다 보면 오른편에 조그마한 간판이 보인다. 테이블 두서너 개가 들어가는 작은 홀을 가진 곳이다.

식당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땐 공원(Park)에 소풍 가는 기분이 들었는데, 우연찮게도 ‘나무그늘 Park’은 박(Park)씨 성을 가진 동갑내기 부부인 셰프 박성배 씨와 푸드 스타일리스트 박현정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나무그늘 Park’은 원 플레이트·테이크아웃 전문 식당이다. 원 플레이트는 하나의 접시 안에 밥과 반찬을 구성한 가정식. 식당 안에선 원 플레이트 요리로 즐기고, 도시락으로 테이크아웃을 할 수도 있다.

주인장 박성배 셰프는 케이터링 업무, 급식과 다문화 브랜드의 메뉴 개발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덕분에 손님에 따라 음식의 종류와 양, 간이 다양하게 변해야 한다는 점을 일찍이 파악했다. 일산에서 작은 밥집을 운영하다가 오픈한 ‘나무그늘 Park’은 처음부터 테이크아웃 콘셉트를 도입했다. 기존의 도시락 전문점이 지닌 간편함과 편리함보다는 눈과 입이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락을 생각해 낸 것이다.

식당엔 총 9개의 메뉴가 있는데, 모두 하나의 플레이트에 샐러드, 구운 두부, 밥, 그리고 고기의 구성을 기본으로 냉동이나 저장된 음식이 아닌 당일에 조리해서 바로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찰보리, 기장이 들어간 영양 가득한 잡곡밥과 함께 국 대신 팥배기를 곁들인 샐러드를 제공하는 구성을 갖춰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와 비타민 섭취를 높이고 있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그릴드 버섯과 쇠고기 플레이트’지만 나에게 특별히 기억에 남는 메뉴는 ‘로스트 포크 플레이트’이다. 로스트 포크는 박 셰프가 지역사업 강의를 하면서 그 지역의 재료들을 이용한 메뉴를 개발하다 떠오른 아이디어로 만들어 낸 요리다. 용인의 한 마을에서 담은 청국장이 맛있어서 고기에 응용하려고 처음 시도했단다. 처음에는 청국장 특유의 강한 발효 향과 메주 향을 예상해 주문하기를 주춤했었는데, 막상 맛을 보니 고소하게 올라오는 콩 맛이 서글서글하게 입안에서 풀어졌다. 곁들인 유자화이트와인 드레싱의 샐러드는 수저를 내려놓는 마지막까지 상큼함을 유지시켜 준다.

변화무쌍한 가로수길에서 은은한 리듬으로 정성이 가득 담긴 도시락을 만들고 있는 작은 식당. 봄날 피크닉이 그립다면 이곳의 도시락으로 소풍 기분을 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김혜준 샘표 장프로젝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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