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기자의 뫔길]동쪽으로 기운 나무는 동쪽으로 쓰러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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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만나는 개신교 목회자들의 큰 불만은 개신교의 공은 축소되고, 과는 과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개신교 소식을 전하는 매체들을 잠깐 살펴봐도 사건, 사고를 다루는 신문의 사회면으로 착각할 뉴스가 많다. 돈 문제로 재판받고 있는 대형 교회의 목사들을 둘러싼 추문,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다툼으로 두 쪽이 난 교회, 사유재산처럼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이어진 교회 세습….

최근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주도적으로 유치한 세계복음주의협의회(WEA)의 한국 개최가 무산됐다.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쳤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심지어 연합예배라는 이름이 붙은 부활절 예배마저 나눠 치를 예정이다.

그럼에도 주요 교단장 선거는 치열하게 치러지고, 선거 뒤에는 금권선거 시비와 결과에 불복하는 소송이 꼬리를 문다. 교회 밖 선거판과 다를 게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모습들이 있다. 남미 출신 최초의 교황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 행보다. 그는 아직도 콘클라베 당시 추기경들이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 산타 마르타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22일 추기경 서임식을 전후해 이곳에 묵었던 한 신부의 말이다. “숙소라는 게 정말 보잘것없다. 화장실을 합쳐도 13.22m²에 불과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손님을 맞기 위해 다만 두 방을 터서 지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역대 교황들은 성베드로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교황궁에서 생활했다. 12개가 넘는 방에 테라스를 갖춘 곳이다. 그의 교황궁 ‘입주 거부’는 그 자체가 교회 개혁을 향한 강한 메시지가 되고 있다.

4일 명동대성당에서 치러진 염수정 추기경의 서임 축하미사는 관례적인 축하연 없이 신자들에게 차를 나눠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사제 대표인 한 신부는 축사에서 신학교 사무처장이던 시절의 염 추기경의 말을 전했다. “두루마리 화장지 한 칸이 몇 cm인지 아느냐? 11cm인데 아껴 써야 한다.”

개신교는 중세에 부패가 만연한 가톨릭교회의 개혁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시대가 달라져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면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 몫은 대부분 목회자들의 것이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동쪽으로 기운 나무는 동쪽으로 쓰러진다고 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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