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읽을 때 재미있는 것은 시선과 방향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이야기는 방향성을 띱니다. 책장이 넘어가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지요.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따라가며 읽을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의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책 속의 캐릭터와 책 밖 독자의 시선이 딱 마주치는 결정적 순간도 있습니다. 캐릭터의 시선은 캐릭터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과 독자의 위치를 정해주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책 ‘위를 봐요!’는 제목에서 확실한 방향(위)과 시선(봐요)을 강조합니다. 표지에는 주변과는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인물이 제목이 담긴 말풍선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시선이 말풍선과 독자의 위치를 결정합니다. 그 시선과 마주친 독자는 자연스럽게 늘 아래를 내려다보는 주인공 수지와 같은 위치에 있게 됩니다. 수지의 마음과도 일치할 수 있을까요.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수지는 매일같이 베란다 창가에 앉아 바깥을 내다봅니다. 걸을 수가 없으니 수지 혼자 밖으로 나간다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친구들을 만나 맘껏 놀 수도 없습니다. 수지는 집 아래 길거리를 내려다보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까만 머리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양은 개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강아지와 아이들이 노는 모습도 보입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온통 우산들만 오갑니다. 바쁘게 길을 걷는 사람들은 늘 앞만 보며 가느라 다른 곳을 보지 않습니다. 가끔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들 만도 하건만 그런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여기에 있어요. 아무라도 좋으니…… 위를 봐요!’
수지의 마음속 외침이 길을 걷는 한 아이에게 가 닿습니다. 한 사람이 고개를 들자 주변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고개를 듭니다. 각박하고 바쁜 사람들의 한 방향으로 고정된 시선은 움직일 수 없는 몸을 가진 수지의 현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시선을 돌리고 몸을 움직여 다른 자리, 다른 시선에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의미에서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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