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지방도시 중학교에서 열세 살 소년 나구라가 숨진 채 발견된다. 2층 높이의 운동부 옥상 아래 도랑에 거꾸로 떨어져 숨을 거둔 것. 애초 실족사처럼 보였던 이 사건은 경찰이 죽은 소년의 등에서 꼬집힌 흔적을 찾아내고 나구라가 소속된 테니스부 친구 네 명의 휴대전화에서 죽은 소년을 괴롭힌 문자메시지까지 발견하면서 학교폭력과 ‘왕따’로 인한 죽음으로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다.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처럼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꽤 두꺼운 팬 층을 거느리고 있는 작가가 2011년 5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일본 아사히신문에 연재했던 소설이다. 연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일본에서 소설 설정과 비슷한 중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해 소설도 큰 주목을 받았다.
숫기 없고 유약한 부잣집 도련님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쳐 나가는 긴장감을 잃지 않고 결론까지 뚝심 있게 끌고 가는 작가의 탄탄한 내공이 돋보인다. 외아들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유족, 가해자로 지목된 자식을 감싸기에 급급한 가해자 가족, 약속이라도 한 듯 친구의 죽음에 입을 닫아버린 학우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가운데, 이 죽음 뒤에 숨어있는 진실을 찾으려는 신참 기자와 검사, 형사들의 발로 뛰는 이야기가 겹쳐져 이른바 ‘사회파’ 장르소설을 읽는 맛을 더해준다.
사실 ‘누가’ 숨진 소년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알고 싶다면 마지막 장을 펼치면 금세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타인의 아픔에 대한 상상력과 공감능력을 잃고 괴물처럼 변해버린 우리 아이들과 이런 아이들을 빚어낸 책임을 서로에게 떠밀고 외면하기 바쁜 학교와 가정의 모습을 재구성하는 데 더 공을 들인다. 작가는 독자들이 이 죽음의 배후에 있는 ‘누구’나 ‘무엇’보다 ‘왜’에 주목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칫 피해자도 그럴 만한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도 읽힐 위험성이 있는 불편한 대목이 있지만 왕따와 학교폭력 소식이 끊이지 않는 한국의 부모와 학교 교사들도 한 번 읽어볼 만한 이야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