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람은 바꿀 수 없지만 관계는 바꿀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8일 03시 00분


◇눈치 보지 않을 권리/닐 라벤더·알란 카바이올라 지음/최승희 옮김/300쪽·1만3000원·미래의창

‘본서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생활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확하고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출간되었다.’

일러두기에 적힌 출간 목적을 읽는 순간 그 정보가, 아니 비법이 정말 궁금했다. 부제는 ‘당신의 숨통을 조이는 부모, 연인, 상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미국 대학 심리학과 교수이자 정신분석가인 공저자는 다양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성격장애인을 다루는 법을 알려준다.

직장인은 안다. 성격장애인이 도처에 깔려 있음을. 저자는 그들을 주변 사람에게 끊임없이 비난과 잔소리를 퍼붓는 ‘통제적 완벽주의자’라고 부른다. 능력 있고 착한 사람도 그들 옆에 있으면 스스로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여기고 절망하게 만드는 ‘유독성 인간’이다. ‘감정의 뱀파이어’의 저자 앨버트 번스타인은 다른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소진시키는 ‘감정형 뱀파이어’라고 정의한다.

일단 적을 제대로 알아야 벗어날 수 있다. 저자는 통제적 완벽주의자들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기대를 지우는 독특한 재능이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제대로 대우 받지도 못하면서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우리는 끝이다. 그들이 설령 조직에서 높이 평가받고 진급이 빠르다 할지라도 인정욕구를 꾹 눌러야 한다.

저자는 그들의 완벽주의와 비판적인 성향을 오히려 인격적 결함으로 생각하고 무시하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하는 말은 심사숙고의 결과물이 아니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참견하는 가치 없는 것일 뿐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해법이 조금 싱겁다. ‘사람을 바꿀 수 없지만 그 사람과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란 큰 명제 아래 자기주장을 하면서 의사소통까지 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들에게 병원 치료를 권유하길 조언한다.

사실 책보다 현실적인 충고가 더 도움이 됐다. 6개월마다 인사이동이 있어 부서가 자주 바뀌는 신문사의 경우지만 참고하시길. “미운 상사와 보내는 시간은 길어야 1년.”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눈치 보지 않을 권리#성격장애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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