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저씨’들, 영상 퍼포먼스 주인공으로 부름받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1일 03시 00분


설치작가 정연두씨 6년만에 개인전

정연두 씨의 설치작품 ‘크레용팝 스페셜’ 중 영상 퍼포먼스. 작가는 ‘팝저씨’의 열정에서 평범한 사람이 꿈을 이루게 돕는 키다리 아저씨의 모습을 발견한다. 플라토 제공
정연두 씨의 설치작품 ‘크레용팝 스페셜’ 중 영상 퍼포먼스. 작가는 ‘팝저씨’의 열정에서 평범한 사람이 꿈을 이루게 돕는 키다리 아저씨의 모습을 발견한다. 플라토 제공
‘크! 레! 용! 팝!’ 귀청이 떨어질 듯한 우렁찬 남성들의 함성에 이끌려 전시실 안으로 들어서면 텅 빈 무대가 눈에 들어온다. 현란한 조명이 번쩍이는 무대 옆 벽면엔 수건처럼 둘둘 말린 트레이닝복이 일렬종대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태평로 플라토미술관에서 열리는 작가 정연두 씨(45·사진)의 ‘무겁거나, 혹은 가볍거나’ 전에서 선보인 신작 ‘크레용팝 스페셜’이다. 무명 시절부터 스타가 되기까지 특정 걸그룹을 응원해온 중년 아저씨 팬들을 조명한 작품이다. 작가는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간 카톡방을 열고 ‘팝저씨’(크레용팝의 아저씨팬)들과 소통했고 이들을 영상 퍼포먼스의 주인공으로 불러냈다.

“길거리 콘서트를 하는 평범한 외모의 걸그룹을 아저씨들이 따라다니며 후원하는 모습에 감동과 재미를 느꼈다. 이들은 세상의 쓴맛을 보며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경험한 세대, 나 역시 40대 중반의 한국 남자로서 가슴 찡하게 공감하는 것이 있었다. 내가 팝저씨의 팬이 되는 경험을 했다.”

6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 그는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영국 골드스미스대에서 수학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최연소 올해의 작가(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2008년), 미국 잡지 ‘아트 앤드 옥션’의 ‘가장 소장 가치 있는 50인의 작가’(2012년)에 뽑혔다. 대학 시절 로댕갤러리(현 플라토)에서 로댕 전을 보며 예술가의 길을 꿈꾸었다는 그는 “첫 전시 이후 이번이 가장 신나고도 힘들고 무거웠던 전시였다”고 고백한다.

평범한 사람의 꿈과 소망에 공감하는 작업을 많이 했기에 그는 ‘꿈의 작가’로 불린다.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다르면서도 서로 닮은 인간의 이중적 면모를 현실과 꿈, 완벽한 것과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 화려함과 애틋함처럼 상반된 요소를 병치한 구조로 드러낸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선 로댕의 ‘지옥의 문’을 가상현실로 재해석한 신작 ‘베르길리우스의 통로’와 대도시 속 인간의 고독감을 표현한 ‘식스 포인츠’, 획일화된 아파트에 갇힌 현실을 다룬 ‘상록타워’ 등 초기작을 볼 수 있다. 13일∼6월 8일 서울 태평로 플라토미술관. 3000원. 1577-7595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정연두#크레용팝 스페셜#영상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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