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에 옻칠-나전… 고정관념을 깨뜨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2일 03시 00분


도예가 이헌정 개인전

도자기 위에 옻칠
도자기 위에 옻칠
도예가 이헌정 씨(47·사진)는 개인전을 ‘여행’이라고 부른다. 예술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물리적인 공간 이동 못지않은 모험을 필요로 하고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26번째 여행-손’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번 개인전은 도자기에 옻칠과 나전을 접목한, 개인적으로는 처음 떠난 여행길의 기록이다. 이 여정에서 그는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시도했다. 도자기에 옻칠을 해 반질반질 윤을 내고 나비 모양의 나전을 박거나, 집 모양의 콘크리트 위에 옻칠을 하고 자개를 박아 넣었다. 질박한 맛은 예전의 작풍 그대로인데 반짝이는 윤은 낯설다.

일그러진 달항아리
일그러진 달항아리
“광을 내려고 옻칠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광을 손쉽게 내주는 재료들이 많은데 끝도 없는 손노동이 필요하다. 전통 공예가에게서 옻칠하는 법을 배우면서 내가 너무 설렁설렁 했다는 생각을 했다. 예술은 결과물이 아니다. 과정의 흔적을, 10번의 옻칠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시 작품에는 이지러지거나 깨진 달항아리에 나전을 붙인 것들이 있다. 달항아리의 감수성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달항아리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완벽하게 제어하기보다 놓는 것이다. 일정 정도 모양을 잡은 뒤 나머지는 불이 구우면서, 바람이 말리면서 해결하게 놓아두는 것이다.”

콘크리트집 위에 옻칠
콘크리트집 위에 옻칠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그의 작품을 구입해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도예가다. 세계 최대의 도자벽화인 서울 청계천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가 그의 작품이다. 13∼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네이처 포엠빌딩 박여숙화랑. 02-549-7575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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