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의 힐링투어]케이프타운∼빅토리아폭포 4개국 20일 트러킹

동물의 왕국 관통하며 부시맨과 한바탕 춤
아, 꿈의 천국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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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녘 지평선을 이룬 에토샤 팬의 초원을 지나던 길에 우연히 보게 된 가젤의 무리.

데이비드 리빙스턴 박사(1813∼1873)는 아프리카에서 나일 강 원류를 찾아 헤매다가 풍토병으로 숨졌다. 영국 정부는 그가 묻힌 부락에서 시신을 찾아오려 했지만 거부당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돌본 추장이 그의 영혼과 육신은 아프리카의 일부라며 응하지 않았다. 간청 끝에 찾아오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추장이 심장은 돌려주지 않고 부락마당 나무 아래 묻었다. 부족은 리빙스턴 박사의 영혼만큼은 아프리카를 여행 중일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된 리빙스턴의 시신엔 심장이 없다.

6년간이나 연락이 끊기자 미국일간지 뉴욕헤럴드가 특파원까지 보내 찾아다닐 정도로 아프리카 탐험에 열정적이었던 리빙스턴. 도대체 아프리카의 무엇이 그를 문명세계마저 잊게 만든 것일까. 그건 아프리카가 우리의 고향이라서가 아닐까. ‘우리’란 인류다. 지구에서 7억5000만 년 전 최초 생명체가 탄생한 곳도, 현생인류가 태어난 곳도, 도구를 사용하며 아프리카 밖으로 퍼져나간 호모에렉투스가 진화한 곳도 모두 아프리카다. 그래서 인류학자 롤랜드 올리버 교수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아프리카에서 온 것 같다’고…. 이런 아프리카를 느끼기에 사파리투어는 피상적이다. 야생동물천국인 사바나(해발 1000m의 아프리카초원)가 인류의 탄생지며 진화의 무대란 걸 알기는커녕, 그런 사실을 듣지도 못하고 돌아오는 주마간산식 여행은 아프리카에 대한 실례다. 한 번을 가도 제대로 보고 느껴야 한다는 건 여행수칙 제1번. 그래서인데 아프리카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오버랜드 트러킹’을 권한다.

‘오버랜드(Overland)’란 ‘육상’, 트러킹(Trucking)은 ‘트럭여행’. 버스로 개조한 사륜구동트럭를 타고 거기 실린 캠핑장비로 야영하며 곳곳의 오지를 둘러보는 배낭여행이다. 19세기후반 아프리카대륙 탐험기에 서구열강이 길도 없는데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린 대륙을 헤집고 다닐 때 사용했던 방식인데 여전히 효과적이고 인기다. 코스는 대륙 동편의 나이로비(케냐)와 대륙남단 케이프타운(남아공)을 잇는 최장 59일짜리부터 이틀짜리까지 다양하다. 이 중 대륙 남부 4개국(남아공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5500km를 20일간 여행하는 코스(케이프타운∼빅토리아폭포)를 소개한다. 같은 코스를 로지에서 숙박할 수도 있다.

나미비아,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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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토샤 국립공원 안 오카우쿠에조의 캠핑장. 오버랜드 트러킹 중엔 이렇듯 고급스러운 캠핑장만 들른다. [2] 보츠와나의 칼리하리 사막에서 1만 년 전부터 살아온 산족의 부시맨 일가가 모랫바닥에서 춤을 추고 있다. [3] 수련으로 뒤덮인 오카방고델타(보츠와나)의 늪을 전통목선 ‘모코로’에 누워 이동 중인 모습. [4] 나미비아의 에토샤 국립공원 숲에서 만난 어린 표범. [5] 나미브사막의 소수스플라이에서 만나는 듄 포티파이브. 케이프타운∼빅토리아폭포 트러킹 코스=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4월 초 케이프타운. 적도 아래 남반구인 이곳은 계절이 우리와 정반대로 초가을이다. 아프리카를 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즌이다. 그래선지 오버랜드 트러킹 여행사가 밀집한 케이프타운 중심가엔 아침부터 트러킹 여행자 모습이 많이 보였다. 난 이 도시에서 이미 나흘을 보냈다. 나미비아 입국비자도 발급받고 케이프반도의 희망봉을 여행하느라. 케이프타운은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지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27년간 복역한 로벤 섬(교도소)도 페리로 한 시간 거리다. 20인승 트럭엔 12명이 탑승했다. 대부분이 유럽과 미국의 20대 백패커(배낭여행자)다. 트러킹은 트럭드라이버가 가이드 한다. 거의 전 일정에 식사를 제공하는 쿡(요리사)도 동행한다. 공용어는 영어. 트럭은 19일간 하루 평균 250km를 달린다. 마을의 슈퍼마켓에도 거의 매일 들른다. 맥주 와인 등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서다.

첫날은 남아공 북쪽 시트루스달(‘감귤계곡’이란 뜻)에서 야영했다. 원주민(부시맨) 안내로 황무지 산악에서 부시워킹도 했다. 둘째 날 야영지는 나미비아와 국경을 이룬 오렌지 강변. 여기선 보트투어도 즐긴다. 셋째 날은 나미비아로 들어간다. 철책도 없는 국경은 한가했고 일행 14명이 통과하는 데도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날 목적지는 180km 북쪽 피시리버캐니언.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에 이어 지구상 두 번째로 큰 협곡(깊이 550m 길이 27km)이지만 입장료를 받는 곳은커녕 어떤 인공 시설-추락방지 철책조차-도 없다. 캠프사이트는 해발 700m의 호바스. 바분(개코원숭이)이 어슬렁거리며 텐트 주변을 기웃거리는 곳이다.

나미비아는 ‘나미브 사막의 땅’이라는 뜻이다. ‘나미브’란 ‘넓고 광활한 지대’를 뜻하는 토속어다. 지구상 사막 중 가장 오래(5500만 년)됐다는 데 넓이가 남한(9만9000km²)보다 약간 작은 8만900km²다. 단언컨대 이곳의 하늘은 세상 어디서보다 아름답다. 넷째 날은 이 사막(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을 560km(열 시간)나 달렸다. 목적지는 아름다운 사구(砂丘)사막의 절정인 소수스플라이. ‘플라이(vlei)’란 ‘한때 식물이 자랐던 사막의 녹지대’를 뜻한다.

사구 정상서 해맞이 ‘별에서 온 그대’

소수스플라이에선 꼭 할 게 있다. 듄 포티파이브(Dune45·45번 사구) 정상에서의 해맞이. 캠프사이트는 바로 그 앞. 새벽 5시에 일어나 밤새 바람이 새로 빚어놓은 말끔한 사구의 등성이에 발자국을 남기며 정상에 올랐다. 오후엔 데드플라이를 트래킹한다. 프라이팬 모양의 데드플라이엔 태양에 탄화(炭化)된 고사목이 주변 사구와 어울려 기막힌 풍광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 작가 김중만도 작품으로 남긴 풍경이다.

이날(6일째) 트럭은 남회귀선(남위 23.5도)을 통과해 대서양변 사구사막의 항구타운 월피스베이로 향했다. 도중에는 한때 빙하로 덮였던 거대한 황무지의 구릉지대를 지난다. 그 빙하는 5억5000만 년 전 곤드와나 대륙이 북미, 남미, 호주, 아프리카의 네 개 대륙으로 갈라진 후 아프리카 대륙이 흘러가 남극점에 놓였을 때 형성됐던 것이다. 월피스베이는 바다와 사구로 둘러싸인 오지의 항구. 그렇지만 유럽 전역에 공급할 만큼 풍부한 해산물이 모인다. 물개와 펠리컨, 플라밍고(홍학)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수천 마리의 물개는 모래톱에서 뒹굴고 수십만 마리의 플라밍고는 수평선까지 펼쳐진 거대한 모래개펄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7일째엔 월피스베이에서 33km 북쪽의 항구 스와코프문트를 찾는데 도중 사구에서 특별한 체험을 한다. 사륜구동오토바이로 즐기는 사구 질주다. 스와코프문트는 20세기 초 나미비아를 식민지로 삼은 독일이 개발한 도시. 이 독일풍 도시에서 트러킹 출발 후 처음으로 로지에 짐을 풀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에서 숙면을 취한 것은 물론이다.

이튿날(8일째)은 ‘아프리카의 마테호른’이라 불리는 슈피츠코페가 보이는 사막에서 야영. 작은 돌산정상에 올라 슬리핑백에 들어가 밤하늘의 별을 이불 삼아 잠들었다. 이튿날(9일째)은 힘바 부족의 마을 관광. 붉은 흙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아직도 수렵채취 생활을 하는 원시부족이다. 야영장은 바로 옆. 다음 날 트럭은 오초를 지나 ‘에토샤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사흘(10∼12일째)간 트럭을 타고 사파리를 하며 지낼 곳인데 지구 최초의 생물이 발견된 ‘에토샤 팬(pan)’이 바로 여기다.

코끼리와 하마의 천국, 초베 강변의 스릴

지름 수백 km의 팬은 한때 호수였다. 지금은 사막화로 맨땅이지만. 적은 양이긴 해도 내린 빗물은 욕조처럼 파인 이 팬에 모인다. 그래서 팬은 초원지대인데 그런 환경이 야생동물의 낙원이 되어 사파리명소가 됐다. 일행은 캠프사이트를 옮겨가며 2박 3일간 트럭사파리를 즐겼다. 표범과 흰코뿔소 등 멀지 않은 곳에서 관찰한 동물은 다양했다. 사흘 후 공원을 떠나 찾은 곳은 나미비아 수도인 빈트후크. 스와코프문트에 이은 두 번째 로지 숙박지로 그날 역시 ‘조스 비어하우스’라는 멋진 카페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튿날(14일째)은 국경(보츠와나)을 통과하는 516km의 긴 여행. 오카방고델타의 무인도에서 부시캠핑(3박)을 위한 일정인데 그에 앞서 델타투어 출발마을인 마운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보츠와나는 칼리하리 사막으로 뒤덮인 땅. 오카방고델타는 그 강물이 이 사막을 만나 형성한 내륙삼각주(늪지대)다. 먼저 경비행기로 공중에서 델타를 둘러봤다. 이튿날(15일째) 아침 모코로(통나무를 파내어 만든 전통카누)에 짐을 싣고 델타늪지의 무인도로 향했다. 부락민 사공 7명이 3일간 야영을 도왔다.

여행 17일째. 아프리카 여행길에 빼놓을 수 없는 바오바브나무 아래서의 야영 일정이 들어 있다. 키가 10m를 넘는 바오바브나무 수십 그루가 숲을 이룬 간지(Ghanzi)의 ‘바오바브 플래닛’에선 밤에 모닥불을 피우고 발춤을 추는 원주민 산(San)족(부시맨)도 만났다. 다음 날 행선지는 초베 국립공원. 아프리카에서 코끼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초베 강변 지역으로 여기선 지프와 보트로 육상과 수상 사파리를 두루 즐긴다. 강물에선 하마 무리가 논다.

드디어 마지막 날인 19일째. 아침에 80km밖 초베 강변에서도 공중의 물보라를 확연히 볼 수 있는 최종목적지 빅토리아폭포를 향해 출발했다. 캠프사이트는 폭포 근방. 여장을 풀고 비옷을 챙겨 입고는 폭포를 찾았다. 4월은 우기라 수량이 평소보다 많아 폭포가장자리는 소나기가 내렸다. 폭포는 굉음도 거대했고 쌍무지개까지 떴다. 19일간의 길고 고되고 또 즐거웠던 여정도 이날 밤으로 끝났다. 20일째인 이튿날엔 정든 일행과 작별하고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영화제목 그대로 ‘아웃 오브 아프리카’다.

■Travel Info

◇노매드 투어스(Nomad Tours):취재차 이용한 오버랜드 트러킹 전문여행사. 케이프타운 소재. 일정 및 코스(아래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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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아프리카:노매드투어스의 오버랜드 트러킹 여행상품 국내 판매처. 02-775-7756 www.interafrica.co.kr ▽27일 일정:‘남부아프리카 완전일주’라는 상품명으로 판매. 왕복항공권 및 케이프타운 숙박(4박)포함 349만 원. 제외항목은 △유류할증료 및 세금(50만 원가량) △활동비(Activity Package·국립공원입장료 등) △현지옵션투어(ATV 경비행기투어 등) △입국비자 발급비 △가이드 팁 △케이프타운서 투어 및 식사 등.

케이프타운(남아프리카공화국)=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