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57)는 14일 내정 발표 직후 서울고법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 눈높이에 맞춰 재판을 해왔듯 방송통신 이용자 눈높이를 헤아려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5년 동안 한국정보법학회 회장을 지내며 관련 세미나 등에서 귀동냥한 것은 많지만 방송통신 분야를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 분야에 종사하지 않았던 게 방통위의 독립성, 공정성 확보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흘 전쯤 청와대 요청으로 인사검증 동의서를 제출해 14일 아침 최종 낙점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3회에 합격해 1986년 판사로 임용된 뒤 28년 동안 줄곧 재판 업무만 해온 ‘정통 법관’이다. 김용철 전 대법원장의 사위로 윤창번 대통령미래전략수석비서관과 조원동 경제수석비서관과는 경기고 동창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최 후보자가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으로 사교적이어서 인맥도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법학회 회원인 한 변호사는 “고위 법관임에도 보기 드물게 연구모임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분”이라고 전했다. 최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최초의 법조인 출신 방통위원장이 된다. 그가 발탁된 배경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선 여야 간 중재 역할을 맡긴 것이란 분석과 함께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이 담겨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 방통위원장은 정치인이나 대통령의 측근이 임명됐다. 이 때문에 위원회 내부에서도 여야 간 대립이 이어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판사 재직 시 쌓은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합리적이며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할 것으로 보여 발탁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현 정부에서 정보법학회 회장 출신이 줄줄이 요직에 진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최 후보자는 2대 회장이다. 1대 회장인 황찬현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지난해 감사원장으로 발탁됐다.
방통위 내부에선 법조인 출신 위원장이 오는 것을 두고 당혹스럽다는 분위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만큼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제3자 시각에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관련 업계에선 ‘최성준이 누구냐’가 하루 종일 초미의 관심사였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것과 맥이 닿아 있는 것 같다”며 “보조금 단속 등이 지금보다 훨씬 엄격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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