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28세 청년이 최연소 상임 감독으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연주자들을 통솔하는 실력과 카리스마를 가져야 하는 자리. 지휘자의 명성이 오케스트라의 이름값과 동일시되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전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는 그래서 연륜 있는 지휘자를 선호한다. 30세도 안 된 청년이 이런 자리에 앉자 세계 음악계에선 큰 뉴스가 됐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청년이 세계 음악계를 양분하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 출신이 아니라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왔다는 점이었다. 청년은 서구의 유명 음악학교 출신도 아니었고, 국가가 운영하는 무료 교육을 받았을 뿐이다. 청년은 바로 구스타보 두다멜이다.
두다멜은 엘시스테마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엘시스테마는 국가 지원을 받는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재단으로,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층 아동을 음악으로 선도하며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트롬본 연주자이면서 합창단원이기도 했던 두다멜은 음악인 집안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 8세부터 작곡을 했고, 13세부터는 영국 로열아카데미에서 유학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시립심포니 지휘자에게 지휘를 배웠다. 두다멜은 여섯 살 때부터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고 말한다. 장난감들을 오케스트라 단원처럼 세워둔 뒤 눈을 감고 지휘를 한다고 생각하고 팔을 휘둘렀다.
세계 음악계는 두다멜의 등장을 반긴다.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요란스럽게 지휘하는 그가 클래식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엘시스테마의 수혜를 받은 인생 스토리가 더해져 그의 인기는 록스타급이다.
책은 그의 성장 배경과 음악세계를 씨줄과 날줄로 엮었다. 그의 아버지는 살사 클럽에서의 연주로 생계를 꾸릴 만큼 형편이 어려웠지만, 두다멜은 엘시스테마를 통해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었다. 열정과 재능만 있으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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