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 시인(38)은 소규모 낭독 모임 펭귄라임클럽을 10여 년간 꾸려 오고 있다. 그는 “시는 낭독해야 한다”고 말한다. 묵독하거나 의미 위주로 텍스트를 짚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는 소리 내어 읽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5년 만에 낸 네 번째 시집에는 초기 산문시보다 간결해진 51편의 시가 실렸다. 이번에 시인은 시가 가진 음악성과 리듬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수증기 구름 물거품 입김…. 시편에 새겨진, 일상 가운데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들은 가만히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다른 형태로 바뀌어 주변을 무한히 순환할 것만 같다.
‘무대 위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입김이다/그는 모든 장소에 흘러다닌다/그는 어떤 배역 속에서건 자주 사라진다/일찍이 그것을 예감했지만/한 발이 없는 고양이의 비밀처럼/그는 어디로 나와/어디로 사라지는지/관객에게 보이지 않는다’(‘시인의 피’)
시인의 시선은 일시적으로 생겨나거나 우연이 빚어낸 것들에 가 닿아 있다. ‘구름의 수명을 닮은 문장/구름을 두근거리게 하는 단어/단어의 수명을/세어보는 아침/태양의 고요한 돌가루들/내 수명을 닮은 눈물은/사람이라 부르고 싶었다’(‘고적운(高積雲)’)
정박하지 않고 세상을 떠도는 것들에는 쓸쓸함이 깃들어 있다. 김경주의 시가 품은 고독과 우울은 낙차가 크지 않아 정겹다. ‘옆구리가 터진 채/해변으로 흘러온/고래의 파란 흉터에/그냥 눈물이 나//국자에 뜨거운 수프를 받아 와/다친 고래의 입술에/부어주는 소년과/입가로 흘러내리는 침에/그냥 눈물이 나’(‘그냥 눈물이 나’)
문학평론가 조재룡은 “김경주는 자기만의 개념을 궁굴리며 기묘하게 운용해내는 능력에서 고유한 목소리를 성취해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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