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好통]생생한 무용수 표정… 군무… 공연 영상물 가능성 보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호두까기 인형’ ‘워호스’ 깨끗한 영상-음질 돋보여

발레 ‘호두까기 인형’ 영상물의 군무. 공중에서 촬영해 마치 꽃송이처럼 보인다. 서울 예술의전당 제공
발레 ‘호두까기 인형’ 영상물의 군무. 공중에서 촬영해 마치 꽃송이처럼 보인다. 서울 예술의전당 제공
고등학교 1, 2학년 때 음악 선생님은 수업시간마다 오페라 영상물을 보여줬다. ‘라트라비아타’ ‘리골레토’ ‘라보엠’ 등 주요 오페라와 아리아를 그때 모두 접했다. 이를 보면서 ‘나중에 저 작품들을 꼭 실제 공연으로 봐야지’라고 마음먹었다.

15일 영상물로 제작한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연극 ‘워호스’를 보면서 고등학교 음악 수업을 떠올렸다. 이날 서울 CGV여의도에서 시사회를 통해 선보인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서울 예술의전당이 영상물로 제작한 것. 국립발레단이 지난해 12월 오페라극장에 올린 공연을 영상물로 만들었다.

‘호두까기 인형’은 영상과 음질이 깨끗해 감상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무용수들의 생생한 표정을 볼 수 있는 데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각도로 군무를 촬영해 객석에서 볼 수 없는 장면까지 맛볼 수 있었다. 이번 작품으로 예술의전당은 콘텐츠 영상화 사업에 대한 우려를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을 듯하다. 예술의전당은 지난해 11월 ‘토요콘서트’를 실황 중계했다가 질 낮은 영상과 음질로 호된 비판을 받았다.

외국에선 공연 영상물의 극장 상영도 흔하다. 프랑스 뮤지컬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 영상물은 유럽 1500개관에서 개봉되기도 했다.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상영된 ‘워호스’도 영국 국립극장이 제작한 연극인데 올해 2월 전 세계에 실황 중계된 영상물이다. 당초 두 번 상영할 예정이었지만 티켓(1만 원)이 매진되자 국립극장은 상영 횟수를 한 차례 더 늘렸다. 2007년 초연된 이 작품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농가에 사는 소년이 소중하게 키우던 말이 군마로 차출되자 말을 찾아 입대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군더더기 없는 연출과 탄탄한 연기, 실감나는 말 인형까지, 영상을 통해서도 감동이 그대로 전해졌다. 불이 꺼지자 눈물을 닦는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한 남성은 친구에게 “얼마 전 영국에 다녀왔는데 이 연극을 못 본 게 한스럽다”고 말했다.

‘문화는 경험’이라고 한다. 여러 작품을 계속 접하다 보면 자연스레 안목이 생긴다. 다른 장르에 비해 공연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많다. 우수한 공연을 질 높은 영상물로 만드는 작업은 실제 공연을 즐기기 어려운 이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좋은 방법이다. 고등학생 시절의 기자처럼.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영상물#호두까기 인형#워호스#음질#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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