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음악단짝’ 멘델스존과 슈만의 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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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사를 살펴보면 유독 이름이 나란히 거론되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드뷔시와 라벨, 쇼스타코비치와 프로코피예프, 도니체티와 벨리니가 그런 예죠.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서 함께 활동했고, 공통된 개성이랄까 특징도 있습니다. 음악사에서의 비중도 한쪽이 크게 기울어짐 없이 비슷합니다. 개인적 친분도 있었음은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나란히 거론되는 이름 중에서도 독일의 중기 낭만주의 거장인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과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의 관계는 각별했습니다. 활동 시기와 지역도 비슷했고, 둘 다 작곡 외의 특기가 있었던 점도 같습니다. 멘델스존은 지휘자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한 당대 지휘 거장이었습니다. 슈만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평론가였습니다. 지휘자로서 멘델스존은 슈만의 신작을 기꺼이 무대에 올렸고, 슈만은 멘델스존을 음악 저널에 널리 소개했습니다.

옛 거장의 잊혀진 명작을 소개하는 데 열심이었다는 점도 비슷했습니다. 멘델스존은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찾아내 1829년 역사적 초연을 이뤄냈습니다. 슈만은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을 발굴해 1839년 멘델스존의 지휘로 초연되도록 했습니다.

불행히도 두 사람은 천수를 누리지 못했다는 점까지 비슷했습니다. 한 세기 뒤, 나치가 집권한 뒤 두 사람의 운명은 엇갈렸습니다. 나치 정권이 유대인이었던 멘델스존의 음악을 전면 금지한 것입니다. 그 대신 ‘순수 아리아인’ 음악가로 간주된 슈만의 음악은 장려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다른 세상에서 계속 교분을 나누고 있었다면 슈만이 멘델스존의 손을 꼭 잡으면서 “미안하네, 이른바 ‘순수’ 아리아인으로서”라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헝가리 출신 피아노 거장 안드라스 시프는 슈만과 멘델스존 곡만으로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멘델스존 ‘엄격변주곡’ 작품 54와 환상곡 작품 28, 슈만 소나타 작품 11과 ‘교향적 연습곡’ 작품 13을 연주합니다. 두 거장이 기뻐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침 사순절기를 맞아 국립합창단이 20일 같은 장소에서 ‘마태수난곡’을 연주하는군요. 바흐도 멘델스존에게 거듭 고마워할 것 같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낭만주의#펠릭스 멘델스존#로베르트 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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