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석 현 위원장의 임기가 3월 말까지 열흘가량 남은 상태여서 후임 공모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동안 영진위원장 자리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1999년 3월 취임한 신세길 초대 위원장부터 지금까지 김 위원장을 제외하고 3년 임기를 채운 사람은 이충직 위원장(2002년 5월∼2005년 5월)이 유일하다.
조희문 전 위원장(2009년 9월∼2010년 11월)은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1년여 만에 해임됐다. 강한섭 전 위원장(2008년 5월∼2009년 7월)은 노조와 심한 갈등을 빚더니, 공공기관장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으며 자진 사퇴했다. 차기 위원장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취임 이후 별 잡음이 없었던 김 위원장의 임기 중 한국 영화는 큰 성과를 이뤘다. 2012년 한국 영화 관객이 최초로 1억 명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총 관객이 2억 명을 넘어서며 호황을 누렸다. 2012년 가을에는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영화제에서 ‘피에타’로 최우수작품상을 탔다. 후임 위원장에게는 호황의 지속과 한국 영화의 세계화라는 두 가지 숙제가 주어졌다.
영진위는 1월 말 후임 위원장 선임을 위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에 들어갔다. 전 대기업 영화부문 간부, 영화과 교수, 제작사 대표 등 10여 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원장을 임명하게 된다.
영화인들은 차기 위원장이 갖춰야 할 역량으로 영화계와의 소통 능력을 강조한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은 “영화를 진흥시킬 수 있으려면 현장을 아는 위원장이 와야 한다”고 했다. 한 제작자는 “정부와 소원해진 영화계와 정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인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영진위가 제작 지원을 비롯해 사업비로 쓴 예산은 766억 원. 대부분 영화 티켓값에 포함된 3%의 영화발전기금에서 나왔다. 영화 관객들이 양질의 한국 영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차기 영진위원장 선임을 관객들도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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