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생 소설가의 소설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김종은 소설집 ‘부디 성공합시다’(문학과지성사)와 김나정 장편 ‘멸종 직전의 우리’(작가정신). 저마다 크고 작은 불행을 끌어안고 사는 보통 사람의 거짓말투성이 현실을 그려낸 작품들이다.
‘응답하라 1994’와 동세대인 이들은 아날로그의 끝과 디지털의 시작을 모두 경험한 것처럼 짧은 시기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캠퍼스의 낭만이 있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사회 진출 시기를 혹독하게 보내야 했다. 학부모가 된 뒤에는 자녀의 사교육, 학교폭력 문제를 고민한다.
2003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김종은의 ‘부디…’는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권위가 상실된 아버지들을 불러왔다. 한때 잘나갔지만 지금은 시들해져 지방공장 강연까지 뛰는 자기계발 강사(표제작), 아내가 주식 투자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을 지켜보는 무직의 남편(‘줄넘기’), 아파트 단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다 삶이 더 꼬여버린 학원 원장(‘버틸 수 있겠어?’)…. 이들은 떠밀리듯 뭔가를 좇지만 팍팍한 일상은 바뀌지 않고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않는 헛된 생각만 반복한다.
‘나는 나이 든 아버지가 그렇게 고개 숙여 지난 일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줄 알았다. (중략) 결코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멋진 미대생이 되면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무엇보다 아들에게 자상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미처 아버지가 견디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줄넘기’ 중)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발을 디딘 김나정은 ‘멸종…’에서 여러 사람의 삶을 할퀴고 간 비극적 사건의 진실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열두 살 때 자신을 ‘왕따’로 만든 나림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아온 수인 앞에 어느 날 예순이 넘은 여자가 나타난다. 딸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20년 만에 나타난 그는 수인의 여섯 살 난 아들 안도를 유괴한다.
엄마의 욕망으로 피아니스트가 되길 강요당한 나림, 학교폭력이 원인이 된 살인 사건의 진실, 살인자 가족의 말 못 할 고통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황폐한 현실이 드러난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은 “사회는 있지만 공동체는 점점 사라져가는 이 세상에서 돌아갈 곳을 찾지 못한 이들의 증오를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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