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 노트북/레오나르도 다빈치 글, 그림/김민영 외 8명 옮김/688쪽·3만 원·루비박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리타 마돈나’(1490년경·왼쪽)와 그 밑그림인 ‘여인의 두상’ 스케치. 루비박스 제공
‘수학을 모르는 자들은 내 저작을 읽어서는 안 된다.’ ‘나는 교양이 없기에, 건방진 사람이라면 나를 욕하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경험은 언제나 글을 잘 쓰는 자의 안주인이다. 따라서 나는 안주인인 경험을 모든 경우에 인용하겠다.’
르네상스 시대의 팔방미인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37세부터 약 30년간 자신의 사유 과정, 관심거리를 5000쪽 분량의 육필 원고로 남겼다. 독일 미술사학자 장 폴 리히터는 그 원고를 편집해 1883년 영국 런던에서 책을 출간했다. 그중 ‘미술론’과 ‘문학론’에 해당하는 내용만 묶었다.
이 책에는 다빈치가 그린 1000점이 넘는 스케치와 그림을 실었다.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라 그라치아 성당에 걸렸던 프레스코 벽화 ‘최후의 만찬’을 위한 밑그림, 피렌체의 팔라초 델라 시뇨리아 성당에 그린 ‘앙기아리 전투’ 밑그림은 500년 전 다빈치의 작업실로 이끈다. ‘근육의 해부학적 연구’나 ‘자궁’ 스케치 외에도 식물의 성장방향, 얼굴에서 그림자가 지는 곳 같은 소소한 내용까지 그림과 설명을 기록해 뒀다.
다빈치는 동물의 행태에 대한 면밀한 고찰을 바탕으로 우화를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판한다. ‘두더지는 어두운 곳에 있는 한 계속 살지만, 밝은 빛에 드러나게 되면 그 갑작스러운 노출 때문에 죽게 된다. 거짓말도 마찬가지다.’ 외국여행 기록,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제자들에 대한 사소한 문제나 가계를 꾸리는 일같이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적은 메모에서 근대적 인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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