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미니부엌으로 6人식사준비 OK”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6일 03시 00분


금호미술관 ‘20세기 부엌디자인’전, 세계적 주방용품 400여점도 선봬

조에 콜롬보가 1963년 발표한 미니부엌을 펼친 모습. 1964년 제13회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은상을 받았다. 금호미술관 제공
조에 콜롬보가 1963년 발표한 미니부엌을 펼친 모습. 1964년 제13회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은상을 받았다. 금호미술관 제공
옛날 부엌은 개수대 따로, 수납장 따로, 가열대 따로였다. 지금과 같은 일체형 부엌(시스템키친)이 등장한 건 20세기 들어서이다.

6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키친-20세기 부엌과 디자인’은 현대 부엌의 변천사를 일별할 수 있는 전시다. 오리지널 부엌 13점과 브라운, 터퍼웨어, 알레시 등 세계적인 주방용품 브랜드들의 제품 400여 점으로 꾸몄다.

시스템키친의 효시는 1926년 ‘프랑크푸르트 부엌’이다. 오스트리아 최초의 여성 건축가 마르가레테 쉬테리호츠키가 디자인한 것으로, 가사노동에 과학적 관리기법인 테일러리즘을 도입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후 프랑크푸르트 부엌은 △부엌 가구를 일정한 크기의 유닛으로 만들어 ‘ㅡ’ ‘ㄴ’ ‘ㄷ’자로 자유롭게 배열할 수 있는 1950년대의 독일 포겐폴 ‘퍼스트 유닛 부엌’ △알루미늄을 활용해 병원의 수술실 같은 전문가의 작업 공간으로 꾸민 1990년대 독일 불탑의 ‘시스템20’ 등으로 진화했다.

알레시 주전자
알레시 주전자
부엌 디자이너들이 효율과 위생이라는 화두를 잡고 씨름하는 동안 독특한 조형의 부엌 설계를 실험한 이들도 있다. 프랑스 르코르뷔지에의 임대주택을 위해 샤를로트 페리앙이 디자인한 ‘유니테 다비타시옹 부엌’(1952년), 이탈리아 조에 콜롬보의 ‘미니부엌’(1963년), 독일 디자이너 슈테판 베베르카의 ‘키친트리’(1983년)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니부엌은 50cm 너비의 네모난 상자에 소형 냉장고와 전기 버너 등 6인용 식탁 세팅에 필요한 모든 기구가 들어 있어 바퀴로 밀고 다니며 필요할 때 펼쳐서 쓰는 구조다.

김윤옥 큐레이터는 “부엌은 일상에서 조형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생활디자인의 요체”라며 “현대적인 삶을 위한 실험의 축소판인 부엌 디자인을 통해 현대 생활의 변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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