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 음악감독이 ‘여성전용 성인쇼’를 선보인다는 소식이다. 70분짜리 공연에는 젊고 몸 좋은 남자 배우 8명이 춤추고 연기하는데 수위 높은 장면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이 쇼를 구상했다는 박 감독은 “감추고 지내야 했던 여성의 성적 본능을 밝은 곳으로 끌어내고 싶다”고 했다.
관련 기사를 보고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앞서 좀 피곤했다. 그게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공연장까지 가서 단체로 해소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다. 개인적인 욕망은 각자 취향대로 남편이나 애인, 그게 안 되면 아이돌 뮤직비디오라도 보면서 조용히 해소하면 좋겠다. 아저씨들이 늘씬한 젊은 여배우가 나오는 19금 공연에 떼로 몰려가는 풍경이 아름답지 않듯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사실 요즘은 여성의 욕망이 감춰져 있어 문제라기보다는 너무 부각시키려 해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30, 40대 여성 출연자가 주도하는 ‘19금 토크’도 부쩍 늘었다. 아줌마인 내가 봐도 무섭다. 아니, 그녀들의 ‘충격 고백’이 잦다 보니 이젠 더이상 궁금하지도 않다.
여기에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나오는 드라마도 많다. 요즘엔 띠동갑 정도로는 얘깃거리도 안 된다. 엄정화-박서준(tvN ‘마녀의 연애’) 김희애-유아인(JTBC ‘밀회’) 커플은 19세 차이다. KBS ‘인간극장’에서나 볼 수 있던 관계들이 드라마 속에서 줄지어 등장한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 3040 여성 시청자의 파워가 강해진 현실을 꼽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과장 혹은 오해도 있는 듯하다. 모든 3040 여성이 야한 얘기를 즐기고 연하남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야한 얘기도 한두 번이지 자주하면 질린다. 보송보송한 20대 미남배우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잘 관리한 40대 중년배우도 충분히 멋질 수 있다(다만 무던히 노력은 해야 한다). 게다가 현실이라면 나보다 어린 남편이나 남자친구와의 로맨스가 그렇게 달달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물론 대부분의 로맨스가 다 그렇긴 하다).
여성이 방송에서 성과 사랑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연상남 연하녀 커플이 주를 이루는 세상에서 연상녀 연하남 커플 드라마가 주는 신선함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혼자 고상한 척 우아 떠는 친구도 별로지만, 묻지 않았는데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자꾸만 떠벌리는 친구도 피하고 싶다. 게다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게 ‘욕망 덩어리’가 못된다.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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