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첫 비구니 군승(軍僧)이 탄생했다. 명법 스님이 이날 발표된 국방부 군종장교 선발 최종합격자에 포함된 것. 비구니 군승은 1968년 군승제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었다. 여성 성직자의 군종장교 파견은 다른 종교를 망라해도 최초의 일로 불교계의 경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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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회 임시회는 호계위원의 자격을 ‘비구(남성 스님)로 하지 말고 승려로 하자’는 취지의 종헌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67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찬성 46, 반대 20, 무효 1표로 종헌개정 정족수인 54표에서 8표가 부족했다. 여기서 중앙종회는 국회, 호계위원은 사법부 판사에 해당한다.
조계종에 따르면 비구는 5602명, 비구니는 5281명이다. 비구니 승가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큰 규모다. 이들은 수행과 포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조계종 헌법인 종헌에서는 비구니의 경우 말사(末寺·본사 주지가 임명권을 행사하는 사찰) 주지와 중앙종회 의원(81명 중 10명)을 빼면 종단의 선출직을 맡을 수 없다. 특히 이 개정안의 부결은 비구니가 비구의 잘잘못을 감히 따질 수 없다는 비구들의 전통적인 정서가 반영돼 있다. ‘100세 비구니일지라도 새로 계를 받은 비구에게 예를 표하고 가르침을 받으라’ 등 비구니가 비구에게 지켜야 할 이른바 ‘8경계(八敬戒)’의 영향이다.
비구니, 여성과 관련한 불교 단체들은 개정안 부결에 대해 “부처님의 평등정신을 거스르는 반불교적이고 반승가적인 행위”라고 반발했다. 비구니 종회의원 일운 스님은 “6월 중앙종회에 다시 상정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8경계는 ‘모든 물이 바다에 이르면 짠맛으로 통일된다’며 신분에 관계없이 출가를 허락한 부처의 평등사상에 맞지 않는다. 설령 비구와 비구니를 구별하는 언급이 있다 해도 당시 시대상과 남성 위주의 승단에서 여성을 보호하려는 취지였으리라.
25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그 구절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도박사건과 동화사 주지 자리를 둘러싼 갈등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는 게 비구 위주 조계종단의 현주소다.
비구니 군승을 탄생시키고 끊임없는 자성과 쇄신을 주장해 온 조계종의 바람직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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