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TV서 뜬 위대(胃大)한 여자 “많이, 깔끔하게, 맛있게”

  • 동아닷컴
  • 입력 2014년 3월 30일 16시 00분


‘글로벌 먹방’ 박서연

사진|현일수 기자
사진|현일수 기자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에서 개인 방송을 운영하는 박서연 씨는 지난해 말 아프리카TV에서 수여하는 ‘먹는 방송’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저녁 식사 비용으로만 한 달에 300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대식가 박씨는 미국 CNN과 영국 데일리메일 등 해외 언론에서도 조명할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먹방’ 아이콘이다.》

3월 8일 저녁, ‘먹방’ 생방송 직전 박서연(33) 씨를 그의 집에서 만났다. 170cm의 큰 키에 몸무게가 50kg도 되지 않는 박씨는 이날 저녁 한 끼 식사로 중국음식점에서 팔보채와 양장피, 고추잡채, 탕수육에 짜장면과 짬뽕국물을 배달시켰다. 많은 양을 주문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음식점에서 서비스로 제공한 물만두 한 접시까지 저녁 식탁에 올렸다. 박씨는 두 시간 남짓 인터넷방송을 진행하며 중식 코스 요리를 모두 먹어치웠다. 먹방을 진행하는 박씨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도대체 위가 얼마나 크기에 저 많은 음식을 다 먹어치울까”란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 먹는 방송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려서부터 먹는 걸 워낙 좋아했어요. 부모님 말씀으로는 유치원 다닐 때도 라면 세 개를 끓여 먹고 나중에 밥까지 말아 먹었대요.”

4월 초 쇼핑몰 오픈


박씨가 처음 인터넷방송을 시작한 때는 2011년 9월 27일이다. 첫 방송은 1인 토크 방송으로 시작했다고.

“첫 방송 때는 캠(캠코더)이 없었어요. 채팅하고 시청자들께 음악 들려드리는 수준이었죠. 그러다 캠을 달고 신나는 음악과 댄스가 가미된 방송을 했어요.”

박씨는 시청자와 함께 즐길 방송 콘텐츠를 고민하다가 민소매 티에 핫팬츠를 입고 클럽 음악에 맞춰 섹시 댄스도 추고, 카트라이더 게임 등을 시청자와 함께하는 게임 방송도 진행했다. 음악과 게임 방송 중간 중간 먹방을 했는데, 먹방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고.

“한국 밥상의 특징이 한 상 거하게 차려놓고 푸짐하게 먹는 것이잖아요. 제가 딱 그렇게 먹는 걸 좋아하거든요. ‘마른 여자가 많이 먹는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먹방을 하게 됐어요.”

▼ 방송 콘셉트가 ‘많이 먹는 것’인가요?


“많이 먹는 것은 기본이고요. 깔끔하게, 맛있게 먹는 것이죠.(웃음)”

▼ 첫 먹방 때는 뭘 먹었어요.

“곰솥 떡볶이를 해먹었던 것 같아요. 곰탕 끓이는 큰 솥에 10인분쯤 되는 떡볶이를 한가득 해서 먹었던 기억이 나요.”

▼ 그렇게 많이 먹어도 속이 괜찮아요?


“체질인 것 같아요. 많이 먹는 것에 비해 소화를 잘 시켜요.”

▼ 위 내시경 같은 건강검진은 해봤나요?


“해봤죠. 의사 선생님께서 위가 깨끗하고 예쁘게 생겼다고 말씀해주셨어요.”

▼ 위가 예쁘게 생긴 건 무슨 뜻입니까.


“위벽이 만질만질하다고요.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 먹는 양이 많으면 그만큼 배출도 많이 해야 할 텐데, 하루에 화장실은 몇 번이나 갑니까.


“자주 가지는 않아요. 하루에 한두 번 정도.”

▼ 다이어트나 운동을 별도로 하나요.


“헬스클럽을 다니거나, 다이어트를 따로 하지는 않고요, 날씨가 따뜻할 때 가벼운 산책을 하는 수준이에요.”

▼ 그렇게 많이 먹고도 살이 찌지 않는다니….


“신기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유별나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 잠은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잡니까.


“많이 자면 5~6시간. 평소에는 4~5시간 자요. 요즘은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느라 더 잠을 못 자요.”

대학 졸업 후 친언니, 지인과 함께 부동산 컨설팅 일을 해온 박씨는 먹방으로 얼굴이 알려진 뒤 최근 독립해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한다고 했다. 여성의류 쇼핑몰(www.chop33chop.co.kr)이 그가 준비하는 신사업.

“먹방을 하다보면, 시청자 중에 제가 방송 때 입은 옷이나 액세서리에 관심을 갖는 분이 많아요. 그분들께 제가 입고 있는 옷과 액세서리를 소개하는 쇼핑몰을 4월 초에 개장할 예정이에요.”

▼ 먹는 게 주특기인데, 먹는 것을 파는 쇼핑몰을 열지 그랬어요.


“제가 다 먹어버릴까 봐서요.(웃음)”

▼ 아침 점심도 저녁 먹방 때처럼 많이 먹나요?


“세끼를 꼬박 꼬박 챙겨 먹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퇴근 후 집에 와서 맘 편히 한 상 차려놓고 방송하며 먹는 저녁이 식사다운 식사고요. 아침과 점심에는 우유나 햄버거,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음식을 먹어요.”

박씨의 대식가다운 면모는 아침과 점심으로 먹는 인스턴트 음식도 예외는 아니었다. 식사 대용으로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먹을 때도 한꺼번에 서너 개는 먹는데, 그것으로는 양이 차지 않는다고.

▼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한우 꽃등심을 좋아하고요. 해산물도 좋아해요. 편식을 하거나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어요. 골고루 많이 먹어요.”

▼ 방송은 매일 합니까?


“매일 방송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일이 너무 바쁘거나, 몸이 힘들 때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쉬기도 해요.”

박서연 씨가 중식 코스 요리로 먹방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일수 기자
박서연 씨가 중식 코스 요리로 먹방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일수 기자

‘먹성’은 父傳女傳


▼ 매일같이 저녁 방송을 하려면 개인적인 여가를 즐기기 어려울 텐데….


“방송 시작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영화를 보거나 개인적인 문화생활을 거의 못했어요. 하지만 팬들과 방송에서 만나 수다 떠는 게 더 즐거워요.”

▼ 여성이 음식을 탐할 때는 뭔가 욕구불만이 있을 때라는 얘기가 있잖아요.


“술 좋아하는 분은 술로 스트레스를 풀고, 운동 좋아하는 사람은 운동으로 푼다잖아요. 저는 어려서부터 워낙 먹는 걸 좋아했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스트레스가 절로 풀리는 것 같아요.”

▼ 방송을 본 시청자 가운데 데이트 신청하는 남자는 없나요?


“너무 많이 먹어 부담스러운지, 아직 없네요.(웃음)”

▼ 어떤 남자를 좋아해요?


“첫 느낌이 좋은 사람이 좋아요. 맛있게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 좋겠죠.”

먹는 것 좋아하는 박씨는 과거에 사귄 남자친구와도 주로 뷔페 데이트를 즐겼다고 한다.

“점심 때 만나 뷔페에서 양껏 먹고 오후에 잠깐 카페에서 차 마시고 저녁에 다른 뷔페를 찾아가곤 했어요.”

박씨의 타고난 먹성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듯했다. 젊은 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동했다는 박씨의 아버지 박일균(64) 씨도 먹는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식가라고 한다. 박씨는 “아버지는 ‘6시 내고향’(KBS 프로그램)에 맛있는 먹을거리가 소개되면 가게 문 내리고 가족 다 태우고 곧장 차를 몰아 TV에 나온 곳에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사먹고 오곤 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이런 걸 두고 부전여전(父傳女傳)이라고 하나.

▼ 시청자들이 왜 박서연 씨의 먹방을 즐겨 본다고 생각하나요?


“여러 이유로 맘껏 먹지 못하는 분이나, 혼자 식사하시는 분들이 제 방송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시청자들 가운데에는 제가 먹는 음식을 똑같이 준비해서 함께 먹는 분도 많아요. 오늘처럼 중식을 배달해 먹으면 같은 메뉴를 시켜 함께 먹는 거죠.”

박씨의 먹방이 유명해진 뒤 브랜드를 알리려는 음식 관련 회사들의 협찬 제안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박씨는 자신이 먼저 먹어보고 맛있게 먹을 자신이 없는 음식은 협찬을 정중히 거절한다고.

“제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처럼 방송할 수는 없거든요.”

박씨가 먹방에 쓰는 한 달 식비는 평균 3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웬만한 월급쟁이 한 달 월급에 버금가는 액수를 저녁 식사 비용으로 지출하는 셈.

▼ 식비에 드는 비용을 어떻게 감당합니까.


“처음에는 제가 번 돈으로 충당했고요. 지금은 시청자들과 서포터스 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음식값을 제하고도 남아요.”

3월 8일 먹방에 박씨는 중식 코스 음식값으로 8만4500원을 지불했다. 박씨가 두 시간 남짓 먹방을 진행하는 동안 두 명이 넘는 시청자가 1개당 100원 하는 별풍선 845개를 선물했다. 별풍선 845개는 박씨가 먹방을 위해 준비한 음식값 84500원에 해당하는 금액. 박씨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시청자가 ‘한턱 쏜 것’이다.

▼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 비법이 있나요?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은 기본이고요. 저는 ‘아 맛있다. 너무 맛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먹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실제로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져요. ‘괜찮네. 먹을 만하네’라고 중립적으로 생각하면 맛있는 생각이 거기서 멈추는 것 같아요.”

▼ 먹방은 언제까지 계속할 겁니까.


“위가 허락하는 한 계속해야죠.(웃음)”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4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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