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쿠바위기때 美백악관 회의서 첫 언급
올빼미파는 절충노선 아닌 ‘아군의 오류’ 감시자
대외정책에서 강경파를 매파(the hawks), 온건파를 비둘기파(the doves)라고 부른다. 최근 국내에서 이 둘의 장점을 결합한 중간 개념으로 올빼미파(the owls)가 언급되고 있다. 이런 표현은 언제부터 등장한 것일까.
매파와 비둘기파는 50년이 채 되지 않았다. 현대국제정치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그레이엄 앨리슨의 ‘결정의 에센스’(1971년)에 따르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10월 28일 소집된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비상대책위(Excomm) 회의석상에서 처음 등장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 맥조지 번디가 군사적 압박을 주장한 강경파를 매파로, 대화로 풀자는 유화파를 비둘기파로 불렀다. 그해 12월 8일자 ‘선데이이브닝포스트’지의 쿠바 미사일 위기 관련 기사에서 이 표현을 부각시키면서 대중화됐다.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으로 쓰인 것은 구약성경 시대부터다. 매를 주전파에 비유한 것은 19세기부터다. 1812년 제2차 영미전쟁 때 버지니아 주 의원이었던 존 랜돌프는 미국 내 열혈 주전파를 ‘전쟁 매(War Hawk)’라고 불렀다.
번디의 특허권은 비둘기와 매를 대비되는 개념쌍으로 엮은 데 있다. 특히 1960년대 미국을 강타한 베트남전 파병 찬반논쟁을 만나면서 주전파와 주화파의 대명사처럼 쓰이게 됐다. 1968년 발표된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 만화 ‘Hawk and Dove’가 이를 더욱 각인시켰다. 호전적인 Hawk와 평화애호적인 Dove라는 두 캐릭터가 악당들과 싸우는 만화다.
올빼미파란 표현은 매파와 비둘기파에서 영감을 얻은 앨리슨이 도입했다. 그가 앨버트 카네세일, 조지프 나이와 공동 편집한 ‘Hawks, Doves, & Owls’(1985년)에 등장한다. 국내에선 올빼미파를 매파의 강압전략과 비둘기파의 유화전략을 절충한 노선으로 받아들인다. 앨리슨의 개념규정은 다르다. 매파와 비둘기파가 이성적 이유로 전쟁이 일어난다고 본다면 올빼미파는 비이성적 판단착오나 기계적 매뉴얼 적용 같은 비합리적 요소로 전쟁이 일어난다고 본다. 이에 따르면 올빼미파를 자처하는 국내 안보전문가들은 적군보단 아군이 멍청한 짓을 저지르지 않나 감시하는 사람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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