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인 사람들/프랑수아 데이비드 글·올리비에 티에보 그림/길미향 옮김/40쪽·1만2000원·단비어린이
세상에는 사람들 수만큼 다양한 얼굴이 있습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은 여러 가지 다른 얼굴을 갖고 삽니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얼굴을 만나게 되는지는 짐작할 수도 없습니다.
누군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합시다. 우리는 그의 얼굴과 눈을 살피며 그의 생각을, 마음을 더 잘 읽고 이해하기 위해 애씁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상대방 역시 나를 관찰합니다. 이렇게 서로를 읽고 순간순간 반응하느라 표정을 바꾸다 보면 사실 진짜 얼굴은 못 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를 바라보지 않고 있다면 어떨까요? 살짝 몸을 돌려 앉은 상태의 옆얼굴은 일단 관찰하기에 좋습니다. 나와 눈을 맞추고 있지 않으니 서로 반응할 일도 없어서 맘 놓고 그의 얼굴을, 내면을 충분히 관찰하고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얼굴로 인간 내면을 성찰하고 역사를 되새기며 미래를 꿈꾸게 합니다. 옆얼굴을 다양하고 풍성한 오브제로 표현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올리비에 티에보가 구성해놓은 이미지는 16세기 이탈리아 궁정화가인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초상화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르침볼도가 유화로 오브제를 그려 넣었다면 티에보는 이미지에 적절한 오브제를 꼼꼼하게 배치해 놓았습니다.
인간의 역사에 역설적인 교훈을 담아 간결하게 쓴 프랑수아 데이비드의 짧은 시도 아름답습니다. 그 둘이 만들어낸 16가지 각기 다른 얼굴 속에는 하나하나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잊어버리거나 놓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하는 수많은 순간들에 대한 각성을 일깨웁니다.
오래된 화석이 채워주고 지탱해주지만 종종 자신을 잊어버리는 흙으로 만들어진 사람, 자신을 포장하며 믿을 수 없는 말로 우겨대는 수집하는 사람, 시계태엽을 꼭꼭 감아 내일로 가면서 거만하게도 현재엔 무관심한 미래의 사람 등 펼쳐볼수록 소중한 시와 장면이 펼쳐집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 더 값질 것이라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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