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 여인들을 연약하다고 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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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출신 시린 네샤트 회고전

시린 네샤트의 ‘알라의 여인’ 중 ‘침묵의 저항’. 자화상에 텍스트를 써 넣은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시린 네샤트의 ‘알라의 여인’ 중 ‘침묵의 저항’. 자화상에 텍스트를 써 넣은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흑백사진 속 검은 천을 휘감은 여성의 눈빛이 강렬하다. 총을 든 여인의 얼굴 위에는 페르시아어 글자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이란 출신 미술가이자 영화감독 시린 네샤트 씨(57)의 ‘알라의 여인’ 연작에는 베일 총 텍스트 응시 등 4가지 요소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자화상을 포함한 작품 속 이슬람 여성들은 억압받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저항하고 행동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연약하면서 강인하고, 방어적이면서 공격적인 어머니이자 전사들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아시아 프로젝트의 첫 기획전으로 뉴욕서 활동하는 네샤트의 사진과 비디오 50여 점으로 회고전을 마련했다. 여자는 공공장소에서 노래할 수 없다는 법을 소재로 한 비디오 작품 ‘소란’으로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고, 2000년 광주비엔날레 대상, 2009년 영화 ‘여자들만의 세상’으로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한 작가의 20년 여정을 되짚는 자리다.

작가는 17세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간 뒤 고국에서 이슬람혁명이 발발하면서 10여 년간 가족과의 생이별을 겪는다. 이슬람과 서구 등 대립하는 두 세계의 틈새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만 이슬람 문화의 풍부한 자산과 현대미술을 융합한 작업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는다. 전시에선 초기작 ‘알라의 여인’부터 신작 ‘왕서(王書)’까지 그를 대표하는 인물 사진연작, ‘소란’ ‘황홀’ ‘여자들만의 세상’ 등 비디오 3부작을 볼 수 있다. 젠더와 권력 등 이슬람의 민감한 이슈를 다루면서도 직절화법 대신 시적 은유와 서정적 영상미로 접근해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7월 13일까지. 4000원. 02-3701-950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시린 네샤트#이란#알라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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