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명 연극 연출가 스즈키 다다시 씨(75)는 지난해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 참석한 후 한국을 떠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민간이 주관했던 SPAF를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가 맡게 되면서 재정과 인력이 줄어 축제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질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한팩이 SPAF를 주관하게 된 건 2010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한팩이 국립예술자료원과 함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분리됐지만 상대적으로 역할이 작아 SPAF를 떠안게 됐다.
7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문화예술기관 운영 합리화 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팩, 국립예술자료원이 분리된 지 불과 4년 만에 재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공청회에서는 정부가 전문성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기관들을 떼냈다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다시 기관들을 붙였다 하는 사이에 정작 예술 현장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기관들을 독립시킬 당시 공연계에서는 ‘자리를 만들려는 목적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한 원로 연극인은 “기관마다 기획위원, 홍보위원 등을 따로따로 뽑아 인건비를 쓰다 보니 정작 예술 현장엔 예산이 지원되지 않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연극이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성웅 한국연극배우협회장은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배우 출연료는 제자리걸음”이라며 “연극의 꽃인 배우 지원에 정책의 중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도 현장 예술인 위주로 조직을 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예술 분야는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관련 기관을 분리하거나 재통합할 때는 예술 현장에 대한 지원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석연치 않은 목적으로 기관을 조정한다면 세금을 낭비하게 될 뿐만 아니라 예술 발전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 창작에 열중하는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 그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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