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 1cm 골판지로 벤치를 만들었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9일 03시 00분


신혜원씨 안양파빌리온에 설치… 싼값에 책장-의자도 만들어 화제

안양파빌리온의 원형 벤치. 지름 7.2m인 대형 벤치는 신혜원 씨가 골판지를 이용해 만들었다. 신혜원 소장 제공
안양파빌리온의 원형 벤치. 지름 7.2m인 대형 벤치는 신혜원 씨가 골판지를 이용해 만들었다. 신혜원 소장 제공
안양파빌리온의 명물은 골판지로 만든 원형 벤치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 내에 있는 안양파빌리온은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건물. 495m²(약 150평) 공간이 기둥 없이 펼쳐져 있는 비정형 백색 노출콘크리트 건물인데 한쪽에 마련된 ‘공원 도서관’의 빈 공간을 벤치가 차지한다. 건축가 신혜원 로컬디자인 소장(44·사진)의 작품이다.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내야 해서 종이를 떠올렸어요. 싸고 가벼워 만들거나 운반하기 쉽죠. 또 소리를 흡수하는 효과까지 있어요. 제작과 설치에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올해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의 ‘종이 건축가’ 반 시게루는 방수 방염 처리한 특수 종이로 건물을 짓는다. 신 소장이 도서관의 책걸상과 벤치를 만드는 데 쓴 종이는 흔히 구할 수 있는 1∼1.5cm 두께의 평범한 골판지다. 이 골판지로 가림막은 물론이고 단단한 책장과 의자까지 만들었다. 대형 원형 벤치는 골판지를 촘촘히 붙여 도넛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등받이 부분의 높이는 가장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디자인을 고려해 등 받침과 앉는 각도를 계산해냈다. 벤치 안에 앉아 뒹굴면서, 혹은 벤치 밖이나 안에 앉아 책을 보기에 좋다.

신 소장은 8월 17일까지 이어지는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올 상반기 기획전에도 골판지로 만든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두께 1cm의 골판지를 자르고 끼워 맞춰 전시공간과 벤치, 미끄럼틀을 설치했다. 전시 후 이 작품은 다른 곳으로 옮겨 책장으로도 쓸 수 있다.

“무언가가 만들어진다는 건 무언가가 버려진다는 뜻이죠. 설치 작업이나 전시 기간이 끝나면 많은 폐기물이 나오는 것이 안타까워 골판지로 작업하게 됐어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건축가들은 신축 수요가 없어 공공 시설물 설계에 적극 참여해왔다. 신 소장은 서울 한강 나들목 설계에 참여하는 등 다수의 공공 프로젝트로 2013년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다.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통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을 모두 함께할 수 있는 장소로 바꿔보고 싶어요. 이런 시도로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진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