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20명이 말하는 ‘詩와 詩人의 삶’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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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 刊 ‘시인으로 산다는 것’
다채로운 창작론-인생관 담아

“시는 기도에 가깝고 혁명에 가깝다. 그러므로 시를 얻기 위해서는 안 보이는 간절한 것들을 감각하라. 그리고 의심하고 물어라.”(정끝별 시인)

시인으로서 삶,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시인 20명의 이야기가 ‘시인으로 산다는 것’(문학사상)에 담겼다. 강은교 시인부터 김언 박형준 신현림 이재무 허연 시인까지 각자의 개성대로 쓴 산문에서 다채로운 시인의 면면을 만날 수 있다.

권혁웅 시인은 사춘기 시절 변덕스러운 신이 생사를 주관하는 ‘일리아드’와 인간의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삼국지’ 사이에서 시를 만났다. “가난하고 시끄럽고 죄의식으로 허덕이던 지친 영혼이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위안”이 바로 시였다. 권 시인은 영화 ‘설국열차’의 꼬리 칸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말한다. “내 시의 꼬리 칸에는 사랑하는 이들이 산다. 그리고 시라는 열차는 바로 그이들의 힘으로 달린다.”

박주택 시인이 “깨어나리라. 열망에 힘입어 낮이 스스로의 운명에 미소를 지어 보이고, 비애에 잠긴 밤이 생의 바닥으로부터 숨을 뿜어올리듯”이라고 외치는 반면에 손택수 시인은 빈 곳이 있어야 소리가 울리듯 침묵은 음악과 시가 탄생하는 장소라고 입을 막는다. 장석주 시인은 “나는 사십여 년을 시를 써왔지만 시를 잘 모른다. 그 모름 속에서 모름을 견디고 있을 따름이다”라고 털어놓고, 정호승 시인도 “모른다는 것은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나는 모르기 때문에 시를 쓸 수 있다”고 고백한다.

문학평론가 권영민은 머리말에서 소설가에게는 ‘집 가(家)’를, 가수는 ‘손 수(手)’, 변호사에게는 ‘선비 사(士)’를 쓰는데 시를 쓰는 사람만은 ‘사람 인(人)’을 쓰는 까닭을 찾는다. “시인은 시를 찾는 사람의 곁에만 자리한다. 그리고 천상의 언어를 인간의 말로 노래한다. 그래서 시인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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