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책, 읽기의 힘을 찬양하고, 아무리 가혹한 시대도 변화시키고 치유할 수 있다는 ‘육감(Sixth Sense)’을 선사하는 스토리.”(영국 인디펜던트)
“격식에 얽매인 산문체가 실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책.”(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지난달 27일 영국에서 출간된 이정명 작가의 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의 영문판(The Investigation·사진)에 대한 현지 언론의 반응이다. 작가의 첫 영어 번역서임을 감안하면 심상치 않은 호평이란 얘기가 나온다. 출간 초기라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2011년 영어로 번역된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의 인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가능한 일일까? 》
소설은 태평양전쟁 말기, 시인 윤동주가 수감된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가 배경이다. 죄수들의 서신 검열관인 일본인 고참 간수 스기야마가 무참히 살해당하는 일이 생기자 신참 간수 와타나베에게 조사해 보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조사 과정에서 제국주의 일본의 주구처럼 여겨졌던 스기야마가 윤동주의 시를 읽으며 감화돼 전혀 다른 인물로 변모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현지에서는 외국 독자에게도 호소력 넘친다는 평가가 많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뉴스위크에 기고하는 프리랜서 기자 마야 자기 씨는 “나치 독일의 점령을 겪은 유럽인이 공감할 만한 시대 배경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책을 사랑하는 ‘북 러버(Book Lover)’의 이야기라는 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출판사 필리프 피퀴에의 임영희 부장도 “맑고도 단단한 영혼을 가진 윤동주라는 인물이 프랑스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비칠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을 펴낸 영미권 최대 출판그룹 맥밀런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맥밀런은 8일 개막한 런던 도서전에서 이 소설의 영문판을 맨 앞에 전시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책 소개도 수시로 띄우고 있다. 마리아 레지티 맥밀런 편집장이 스페인 출신 유명 스릴러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에 버금갈 책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번역자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번역한 김지영 씨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신경숙, 황선미 두 작가 모두 김 씨의 번역을 통해 소개된 뒤 큰 인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3연타석 홈런’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얘기다. 이정명 작가는 “번역자가 윤동주의 시를 모두 새로 번역했다”며 “해외 독자의 감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한글판에 실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영문판에서 빼자는 번역자의 조언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런 여러 긍정적 신호가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이 책이 넘어야 할 걸림돌과 물음표도 적지 않다. 이 책은 현지에서 ‘스릴러’나 ‘범죄소설’로 분류되고 있다. 외국에선 한국보다 ‘장르 문학’에 대한 평가에 후하다. 하지만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의 인기를 지지해 줄 국내 판매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2012년 출간된 이 책의 한글판 누적 판매량은 16만 부, 밀리언셀러였던 전작 ‘뿌리 깊은 나무’나 60만 권을 넘은 ‘바람의 화원’과 격차가 있다. 두 책은 출간 이후 각각 5년과 1년 뒤 영상화되면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별을…’도 내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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