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족산 황톳길, 맨발로 새벽마다 2시간 걸었더니 하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16시 11분


황토를 산길을 덮어 맨발로 걸을 수 있게 만든 대전 계족산의 황톳길을 걷고 있다. 한 번 체험하고 나면 다시 찾게 되는 묘한 매력의 산길이다. (주)맥키스 제공.
황토를 산길을 덮어 맨발로 걸을 수 있게 만든 대전 계족산의 황톳길을 걷고 있다. 한 번 체험하고 나면 다시 찾게 되는 묘한 매력의 산길이다. (주)맥키스 제공.
대전시내에서 멀지 않은 계족산엔 황톳길(14.5km)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길을 맨발로 걷는다. 오르막내리막의 산길이라 맨발로 걷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독특한 경험은 일단 체험하고 나면 절대로 잊지 못한다. 그래서 자꾸자꾸 찾게 되는데 그 매력은 거부할 수 없다. 황토 흙이 맨발바닥에 닿는 순간 전해져오는 보드라운 촉감, 미끈거리는 황톳길 바닥을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간지러움, 미끄러지지 않고 걸으려 할 때 사용하게 되는 생소한 다리근육의 긴장에서 비롯되는 기분 좋은 피로감….

조웅래 맥키스회장이 맨발로 계족산의 황톳길을 걷고 있다. 그는 매일 하루일과는 새벽에 황톳길 걷기로 시작한다.
조웅래 맥키스회장이 맨발로 계족산의 황톳길을 걷고 있다. 그는 매일 하루일과는 새벽에 황톳길 걷기로 시작한다.
그 길을 새벽마다 두 시간씩 걷는 사람이 있다. 이 황톳길을 만든 이 지역 향토기업 ㈜맥키스(옛 선양)의 조웅래 회장(사진)이다. 그는 새벽 다섯 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택시로 계족산에 가서는 맨발로 이 길을 걷는다. 그의 하루일과는 이렇게 황톳길 걷기로 시작한다. 그의 황톳길 사랑. 그건 2006년 우연히 시작됐다. 계족산은 평소 그가 자주 찾던 곳으로 그날도 지인들과 함께 걷게 됐는데 그중 한 여성이 하이힐을 신고 있어 자신의 신발을 벗어주었다. 그래서 그는 양말만 신은 채로 돌이 널린 산길을 걷게 됐다.

산길을 신발 없이 걷다보니 힘도 들고 발바닥도 아팠다. 그런데 뜻밖의 체험을 하게 됐다. 그날 저녁에 오랜만에 숙면을 취한 것이다. 하체가 따뜻해지면서 머리도 맑아졌다. 그래서 맨발걷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사람들이 계족산을 아예 맨발로 걷는 게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산길의 절반을 황토로 덮겠다는 계획은 그렇게 해서 나왔다. 그는 전국을 뒤져 좋은 황토를 찾았고 그 흙을 실어와 산길의 절반을 덮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에게 알렸다.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함께 걷자고.

계족산에서 황톳길을 걷고 있는 관광객들. (주)맥키스  제공.
계족산에서 황톳길을 걷고 있는 관광객들. (주)맥키스 제공.
계족산 황톳길이 알려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찾아왔다. 특히 가족나들이가 많았다. 길의 절반은 산길 그대로다. 그래서 맨발로 걷지 않을 사람들은 신발을 신은 채로 걷는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호기심에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고 나면 그 다음엔 여지없이 맨발차림으로 산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게 황톳길의 매력이다. 기자도 처음 걸을 땐 머뭇거렸다. 그런데 걷고 나니 그 매력을 잊지 못해 자꾸 걷게 됨을 느꼈다.

조 회장은 사람들이 많이 찾자 이듬해(2007년)엔 산중 이벤트를 기획했다. 숲 속 음악회였다. 오페라 가수(성악가)를 초빙해 숲 그늘 짙은 산중의 공터에서 야외공연을 펼치는 것이었다. 그 공연은 거창한 성악무대가 아니다. 소박한 나무 바닥에서 재밌게 구성한 노래를 성악가들이 불러주는 것이다. 공연은 뮤지컬과 개그 및 연극의 요소까지 덧붙여 재밌게 구성된다. 이 공연엔 이름도 붙였다. '뻔뻔한 클래식'이다. 뻔뻔은 영어로 재밌다는 뜻의 '펀(fun)'을 강조한 표현이다. 공연은 맥키스 오페라가 주관한다. 이 단체는 정진옥 단장을 비롯해 테너(장경환 박영범 구병래) 바리톤(이병민 고성현 여진옥) 피아노(박혁숙 박진영) 등 9명의 성악가와 연주자로 구성됐다.

뻔뻔한 클래식 공연은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주말(토·일요일 오후 3시)마다 열린다. 물론 무료다. 사람들은 산행의 피로를 풀면서 맨발로 편안하게 돌과 나무에 걸터앉아 공연을 감상한다. 공연단은 겨울엔 전국의 문화소외지역을 찾아다니며 100회 이상 공연한다. 그리고 산길의 황토는 매년 새로운 흙으로 보충돼 늘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이 역시 모두 맥키스가 하고 있다. 맥키스(MACKISS)는 알코올도수 21도의 고급소주다.

경남 함안 출신의 조 회장은 1992년 시작한 '5425'라는 음성정보사업으로 모바일콘텐츠 서비스 분야를 개척한 사업가로 2004년 소주 '린'을 인수해 '선양'을 창업했다. 그는 요즘 그가 개념화한 '에코 힐링'을 전파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강연하고 있다.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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