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책]할아버지의 벌 피하기 비법은 ‘닭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2일 03시 00분


◇공포의 맛/김남중 글·노석미 그림/188쪽·1만1000원·문학동네

도로가 연못을 덮고 언덕은 깎여나가 아파트가 세워진 도시가 아니다. 마당에서 칠면조를 키우고(표제작), 눈 덮인 산속에서 토끼사냥에 나서며(‘토끼 잡으러 간단다’), 이웃 할머니네로 새끼 강아지를 보러가는(‘부드러운 입술’) 그런 정겨운 풍경이 동화 6편에 그려진다. 모든 작품에 동물이 등장해 자연과 생명의 의미를 일깨운다.

주봉이는 가을 소풍을 앞두고 한껏 들떠 있다(‘그대로 멈춰라’). 할아버지는 닭소리를 배워두면 무서운 가을 벌을 쫓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소풍날 주봉이네 반 아이들은 옆 반과 장난감총 싸움을 벌이다 한 아이가 벌에 쏘이면서 과녁은 벌로 옮겨간다. 벌 쏘기 놀이에 지쳐갈 때쯤 벌들의 반격이 시작되고 위기에 몰린 주봉이는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린다.

‘토끼 잡으러 간단다’에서 어른들로부터 산토끼를 지키기 위해 따라나선 남현이는 자신도 모르게 사냥에 깊이 빠지는 순간을 경험한다. 표제작의 주인공은 아빠가 데려온 칠면조 부부와 날마다 신경전을 벌이다 지친 우진이다. 우진이는 칠면조를 학교의 빈 우리에 데려다 놓을 묘안을 짜내고 마침내 학교로 이들을 옮기게 된다. 한숨 돌린 우진이는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곳에서 칠면조를 만나게 된다.

방학 때 시골 할머니 댁에 머물게 된 은솔이는 언덕에서 떠돌이 강아지를 만난다(‘큰 산에는 호랭이가 산다’). 과자를 나눠 먹으며 친해진 강아지는 알고 보니 할머니 집에서 가출한 발바리 ‘호랭이’. 마을 대표 말썽꾼으로 원성이 자자한 호랭이를 개장수에게 팔려는 할머니의 계획을 알아챈 은솔이는 호랭이에게 멀리 멀리 도망가라고 말한다.

일상 가운데 극적인 순간과 마주한 아이들은 즐거움과 쓸쓸함, 매콤함 이 모든 것이 인생을 풍성하게 만드는 영양분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하느님이 아니라서 아이들에게 언덕과 연못을 줄 수 없어요. 그래서 이 책을 썼어요. 파헤치고 메워진 우리 마음속에 언덕과 연못이 되살아나길 바라면서요.’(‘작가의 말’ 중)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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