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승리나 성공을 축하하며 두 사람이 손바닥을 마주치는 ‘하이 파이브(High Five)’는 언제쯤 시작했을까? 그 기원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운동경기에서 언제 이 인사법이 처음 쓰였는지에 관한 기록은 전해진다.
1977년 10월 2일,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홈 경기장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경기. 다저스의 타자 더스티 베이커가 시즌 30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덕분에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에 홈런을 30개 이상 친 선수를 4명 보유한 최초의 팀이 됐다. 홈으로 들어오는 베이커를 향해 팀 동료 글렌 버크가 축하의 의미로 손바닥을 펴 들어올렸고, 이에 베이커가 마주친 것이 하이 파이브의 기원이 됐다는 설이다.
미국 베트남전 참전군인의 인사법이었다는 설도 있다. 1979∼1984년 미국 머레이대 농구팀 선수였던 라몬트 슬리츠는 경기 중에 팀 동료들과 수시로 하이 파이브를 했던 인물. 훗날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 아버지 라몬트 슬리츠 시니어에게 하이 파이브를 배웠다고 회고했다. 베트남 참전용사였던 슬리츠 시니어와 전우들이 서로 만날 때 손바닥을 맞부딪히며 ‘하이, 파이브(Hi five)’라고 소리치며 인사하는 것을 보고 따라했다는 것. 버크와 베이커, 슬리츠 모두 흑인인 데다, 1920년대 미국 흑인 재즈 음악가 사이에서 손바닥을 아래에서 맞부딪히는 ‘로 파이브(Low Five)’라는 인사법이 유행했다는 영상물이 남아있는 걸로 짐작할 때 비슷한 인사법이 미국 흑인 사회에는 이미 널리 퍼져 있었던 걸로 보인다.
하이 파이브가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은 나치 독일과 히틀러를 풍자한 미국 영화 ‘프로듀서스’(1968년)다. 영화에서 히틀러 역으로 출연한 배우 딕 숀(1923∼1987)이 괴벨스 역의 배우에게 ‘다섯 손가락을 내밀어봐(Give me five)’라고 말하며 손바닥을 마주치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2002년부터 매년 4월 셋째 주 목요일(올해는 17일)을 ‘전국 하이 파이브의 날(National High Five Day)’로 정해 기념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공휴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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