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어린이 경호와 송화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남한 사람들의 귀에는 ‘거짓말’처럼 들리는 북한 사회와 탈북 과정에 대한 ‘참말(실상)’을 들려준다. 작가가 실제 탈북 어린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쓴 책이다.
대안학교인 사랑별학교에 다니는 열두 살 난 경호의 별명은 ‘설마’다. 북한을 탈출할 때 군인들의 감시를 피하려고 마대 속에 숨었는데 이 얘기를 듣는 사람마다 ‘설마’ 하며 믿지 않았기 때문. 함경도 함흥 근처의 시골 마을에 살던 경호는 배급이 끊기고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아빠와 함께 백두산 근처 움막에 기거하면서 약초를 캐어 연명한다. 중학생 형에 이어 아빠마저 돈을 벌려고 중국으로 탈북하고, 혼자 남아 있던 경호도 약초 캐는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말린 산나물로 위장해 마대 안에 든 채로 국경을 넘는다.
경호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인 송화의 별명은 ‘진짜’다. 열두 살이나 됐지만 북한에서 동생을 돌보고 집을 지키느라 학교에 다니지 못해 글을 모르는 송화는 친구들과 선생님 보기가 부끄럽기만 하다. 치약은 물론이고 그 대용품인 소금조차 구하기 힘들어 탈북 전까지 한 번도 이를 닦아 본 적이 없다는 송화의 얘기에도 친구와 선생님은 ‘진짜?’를 연발한다. 송화에게 소원이 있다면 아직 북한 땅에 남아있는 동생 송철이와 아빠를 남한에서 다시 만나는 것. 하지만 엄마는 송철이가 북한에서 영양실조로 이미 숨졌다는 사실을 차마 송화에게 알려줄 수 없다.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묵직한 슬픔에 짓눌려 있으면서도 생기를 잃지 않는 탈북 어린이들의 생명력이 대견하면서도, 그들이 들려주는 ‘거짓말’ 같고 ‘설마’ 하게 되는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전문 화가가 아니라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탈북 어린이에 대해 공부한 뒤 그린 그림을 삽화로 써서 세련되진 못해도 생동감 넘치는 동심을 체감할 수 있다. 생환 국군포로의 얘기를 다룬 같은 작가의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와 동시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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