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好통/김정은]주입식 안무 버리니 ‘회오리’ 흥행대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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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기자
김정은 기자
국립무용단의 ‘회오리’(사진)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창단 52년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안무가와 협업한 무대였기 때문이다. 회오리 안무를 맡은 핀란드 출신 안무가 테로 사리넨도 이를 잘 아는 듯 공연 전부터 긴장감을 드러냈다. 사리넨은 첫 공연을 닷새 앞둔 11일, 언론에 공개하는 프레스콜 무대를 당초 80분 전막 대신 부담감을 이유로 40분만 공개했다.

하지만 막상 공연이 무대에 오르자 사리넨의 긴장은 ‘엄살’이었구나 싶었다. 무용수들의 춤은 무대에서 강풍을 만들어내듯 힘이 넘쳤다. 때로는 손끝, 발끝 몸짓의 떨림이 객석에 전달됐다. 기존 국립무용단의 무대와 비교했을 때 단원들의 춤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고 무대는 한층 세련됐다.

자연스럽게 회오리는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21일 국립극장에 따르면 국립무용단의 기존 공연 객석점유율이 70% 안팎이었던 데 비해 회오리는 객석 1200석이 매회 90% 이상 들어찼다. 국립극장 측은 “과거에는 주로 무용 전공 학생들이 단체 관람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회오리는 유료 일반 관객의 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의 변신 이유가 궁금했다. 회오리 공연의 주역을 맡았던 수석무용수 김미애의 답변은 명쾌했다. “이전 공연에선 안무가가 무용수들에게 완벽한 동작의 소화를 주로 주문했다면 이번엔 달랐어요. 사리넨은 무용수들에게 ‘완벽하게 동작을 소화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왜 이 동작을 하는지, 이 동작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주문했죠.”

‘작은’ 주문 하나가 무용수들을 무대에서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주체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사리넨은 ‘주입식’ 안무 대신에 무용수들이 최대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마법을 건 셈이다.

회오리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외국 안무가와의 협업에 있는 게 아니다. 물고기를 직접 잡아 주지 않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준 그 방식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국립무용단#회오리#김미애#테로 사리넨#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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