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다이제스트]계몽의 시대 外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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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시대
고미숙 지음/296쪽·1만4000원·북드라망

영화 ‘설국열차’로 책은 시작한다. 꼬리칸과 머리칸이 다를 줄 알고 앞으로만 전진했는데 껍데기만 다를 뿐 동일한 삶이 반복되더라고. 근대성의 기원을 찾는 일은 그 반대로. 기원(꼬리칸)을 찾아 계속 뒤로 이동하지만 결론은 같다. 열하일기와 동의보감을 현대적으로 독해해온 고전학자 고미숙은 1907년 전후한 시점을 근대성의 기원으로 포착한다. 속도와 지식, 민족, 인간중심주의로 요약되는 계몽의 기원을 탐색한다. 동일 시점에서 그 기원을 탐색한 ‘연애의 시대’와 ‘위생의 시대’까지 3부작이 동시 출간됐다.

       
      
      
독서의 학

요시카와 고지로 지음·조영렬 옮김/408쪽·1만8000원·글항아리

서부진언 언부진의(書不盡言 言不盡意). 글은 말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는 뜻. 주역 계사전에 나오는 말이다. 20세기 일본을 대표한 중문학자인 저자(1904∼1980)는 이를 토대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저자를 읽어내는 학문이 돼야 함을 다양한 텍스트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한고조 유방의 용모에 대해 언급한 사마천의 사기 첫 문장을 놓고 어휘뿐 아니라 중국어 성조와 뉘앙스까지 분석하며 유방에 대한 사마천의 양가적 감정을 읽어낸다.

      
      
       
다산 정약용 평전

박석무 지음/668쪽·3만 원·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1979년)를 필두로 다산 정약용 연구에 40년 세월을 바친 저자의 필생의 공력이 들어간 평전이다. 다산의 75년 생애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공렴(公廉)’을 꼽았다. 조선 건국이념이던 성리학이 병폐를 드러낸 시대에 다양한 처방전을 내놓았던 다산 사상의 핵심을 ‘공정과 청렴’으로 포착한 것이다. 그것이 비단 18, 19세기 조선에만 적용되랴. 다산의 18년 유배지 전남 강진에서 멀지 않은 진도에서 벌어진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면서 시간을 초월한 공렴의 가치에 새삼 눈뜨게 된다.

        
       
       
참을 수 없는 거짓말의 유혹

리아 헤이거 코헨 지음·서정민 옮김/156쪽·1만 원·생각과 사람들

소크라테스는 뭔가를 안다는 사람이 실제론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통해 서양철학의 기초를 마련했다. 하지만 현대인은 무지를 인정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다. 미국 소설가이자 저술가인 저자는 자신의 체험과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 정답을 알아야 한다는 현대인의 강박증이 타인과 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진정한 진리 추구의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논파한다. 해답은 잘 알지 못할 땐 괜히 아는 척하지 말고 이 책의 원제인 ‘I don't know’(몰라요)를 외치라는 것이다.


#계몽의 시대#독서의 학#다산 정약용 평전#참을 수 없는 거짓말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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