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희곡상 연기상(남명렬) 3관왕에 오른 ‘알리바이 연대기’가 앙코르 공연에 들어갔다. 연출가 김재엽 씨(41)가 아버지와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희곡으로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17∼20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됐을 때 보조석까지 매진됐다. 현재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 중으로, 벌써 다섯 회 차 공연이 매진된 상태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개인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촘촘히 그려낸다. 시종일관 웃음과 따뜻함을 잃지 않으면서 찡한 울림을 준다.
연극의 화자는 김재엽 자신이다. 광복과 6·25전쟁, 5·16 격동의 현장에서 주동자가 아닌 관찰자로 살았던 아버지 김태용(남명렬)의 인생을 추적한다. 83학번인 형(이종무)과 92학번인 재엽(정원조)을 통해 1980, 90년대 학생운동의 단면도 담아낸다.
이야기는 100% 사실에 토대를 뒀다. 경북 구미가 고향인 아버지가 젊은 시절 동향 선배에 같은 포병장교 출신인 박정희(지춘성)와 마주친다. 아버지가 박정희의 선글라스를 껴보겠다며 장난치는 것도 실제 있었던 얘기라고 한다.
무대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군대 시절 사진, 가족사진도 진짜다. 아버지는 애지중지 모은 책을 모교인 경북대에 기증했고, 경북대는 도서관에 아버지 이름을 딴 서가 ‘태용문고’를 만들었다. 무대는 이를 그대로 재현했다. 무대 위 아버지의 서재에 꽂힌 책(상당 부분은 사진이다)도 ‘태용문고’ 사진을 썼다. 김재엽 씨는 “개인사와 현대사를 함께 조망했는데 개인사를 허구로 만들면 이야기의 힘이 약해져 역사에 묻힐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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