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축하’ ‘희망’은 상생과 화합의 언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차동엽 신부 신간 ‘천금말씨’

희망의 멘토로 알려진 차동엽 신부는 몇 년 사이 새로운 밭을 가꾸고 있다. 그가 뿌리는 것은 말의 씨앗이다. 동아일보DB
희망의 멘토로 알려진 차동엽 신부는 몇 년 사이 새로운 밭을 가꾸고 있다. 그가 뿌리는 것은 말의 씨앗이다. 동아일보DB
1월 초 인터뷰에서 만난 차동엽 신부(56)의 고민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베스트셀러 ‘무지개 원리’ ‘희망의 귀환’의 저자이자 미래사목연구소장인 그는 “증오의 언어를 이제 평화의 언어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저술뿐 아니라 수많은 강연을 통해 대한민국 희망 멘토의 한 명으로 꼽히는 그의 관심사는 누구나 매일 입에 달고 사는 바로 그 말이었다. 그의 신작 ‘천금말씨’(교보문고)가 최근 출간됐다.

차 신부는 말씨를 ‘말하는 태도나 버릇’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 따위의 색깔’ 등 사전적 의미와 함께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에서 연상되는 ‘말의 씨앗’으로 정의했다.

차 신부가 주장하는 3대 천금말씨는 뭘까? 감사의 말씨, 축하의 말씨, 그리고 희망의 말씨다. 이 같은 말들이야말로 상생과 화합의 언어라는 것이다.

책은 ‘말의 키네틱스(동역학·動力學)’ ‘울림이 있는 말의 예술’ ‘내일을 향한 말 포석’으로 구성돼 있다. 유대인들이 양피지에 적힌 성경 구절을 담아 현관에 걸어두는 함인 ‘메주자’ 일화부터 언어가 심리에 미치는 흥미로운 연구, 동서양 고전의 사례가 실려 있다. 신부이자 교수, 강연자로 살면서 주변의 말을 경청하고, 때로 설득해야 했던 저자의 간단치 않은 고민의 산물이다.

그는 무의식에 밴 모국어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한림원이 내게 준 이 영광은 나의 모국어인 유대어에도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대어에는 ‘무기’나 ‘탄약’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우리가 맞닥뜨리는 모든 사랑과의 만남에 진정 감사할 줄 아는 언어입니다.” 책에 인용된 폴란드 출신 미국 유대계 소설가인 아이작 싱어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이다. 이처럼 우리말도 경쟁이 아닌 상생, 배타에서 배려, 갈등 유발에서 통합 지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책의 표지 아래에 ‘사람이 말을 만들고, 말이 사람을 만든다’는 구절이 보인다. 출판사들이 표방하는 사람과 책에 대한 표현과 비슷하지만 ‘밉지는 않다’. 이만큼 말의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표현도 드물기 때문이리라.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천금말씨#차동엽#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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