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큰 생각’을 실천한 ‘작은 파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일 03시 00분


◇소파 방정환 평전/민윤식 지음/544쪽·2만9000원·스타북스
33세 요절 방정환의 불꽃같은 삶

‘어린이날의 창시자’로 알려진 소파(小波) 방정환(1899∼1931)을 진보적 인문학자이자 어린이운동을 통해 민족 미래를 설계한 독립운동가라는 관점에서 조명한 평전이다.

지인과 가족의 회고록, 동아일보를 포함한 당대의 기사, 소파가 남긴 작품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33세의 아까운 나이에 요절하기까지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소파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소파는 그 짧은 생애 동안 아동운동가이자 문화운동가, 작가, 교육자, 저널리스트의 다양한 삶을 살았다.

특히 어린이운동단체인 ‘색동회’ 창립과 어린이날 제정(1923년), 잡지 ‘어린이’ 발간 같은 업적은 어린이를 주체적 존재로 길러 민족의 희망으로 삼으려 했던 독립운동의 일환이라는 것이 저자의 평가다. 독실한 천도교 신자 집안에서 태어나 천도교 교주 손병희의 사위가 되고 만해 한용운이 펴낸 잡지 ‘유심’에 자신의 글이 실린 것을 계기로 만해를 평생의 스승으로 삼은 과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훗날 소파가 발행인 역할을 맡게 되는 천도교계 잡지 ‘개벽’과 소파가 편집고문을 맡았던 ‘신여자’에 연재한 사회 비판·풍자 소설 ‘은파리’의 저자로서 진보적 사회주의자였던 소파의 면모도 되살려냈다.

그가 소파라는 호 말고도 우리말로 그 뜻을 푼 ‘잔물’을 비롯해 ‘몽중인’ ‘몽견초’ ‘북극성’ 같은 다양한 필명을 사용한 이유를 필자 구인난이나 원고료 절감 같은 이유 말고도 조선총독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소파와 절친한 사이였던 동아일보 기자 유광렬, 잡지 ‘신여성’의 기자였던 이화학당 출신 신여성 신줄리아와 삼각관계였다는 비화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2003년 ‘청년아 너희가 시대를 아느냐’라는 제목으로 발간됐던 초판 내용을 보완하고 사진 자료를 전면 교체한 개정판이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소파 방정환 평전#어린이날#독립운동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