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80명, 동서가 1.5km, 남북이 1.6km로 중간 지점에서 출발하면 어디든 걸어서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면적 87만1000m²(약 26만 평)의 작은 섬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도와 마라도 사이의 섬 가파도다.
제주도는 현대카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를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섬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예술의 섬으로 유명한 일본의 나오시마 섬을 떠올리게 해 ‘한국의 나오시마 프로젝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가파도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 설계자가 최욱 원오원 건축 대표(51·사진)다.
“가파도는 땅 바다 하늘 바람 모두 가장 제주다운 극한의 자연 환경을 지닌 섬입니다. 바다의 식생이 다양하고, 구릉이 없는 평평한 섬이어서 시야에 막힘 없이 천문을 살필 수 있는 곳이죠. 육지에서 5.5km 떨어져 가기도 쉽고요. 가파도를 자연사, 인문사 박물관으로 설계 중입니다.”
최 대표의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우선 섬 주변을 빙 둘러 닦아 놓은 도로를 없애 자연 식생을 살릴 계획이다. 어차피 섬 전체가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규모여서 교통수단이 거의 필요 없다. 건물은 새로 짓기보다는 기존 시설을 활용한다. 섬에는 105채의 집이 있는데 이 중 30채가 빈집으로 버려져 있다. 또 전교생이 3명뿐인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빈집과 학교 시설은 천문대, 도서관, 문학관, 특산물 포장 가공 시설, 숙박시설로 새로 단장할 계획이다. 제주도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이 재생 프로젝트를 승인하면 완성되기까지 약 3년이 걸린다.
최 대표는 가파도 프로젝트에 붙는 친환경 ‘관광명소’라는 수식어를 불편해했다.
“섬은 밀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망칩니다. 가파도의 적정 인구 수는 300명, 적정 관광객 수는 일평균 300명입니다. 관광객이 너무 많으면 정주 인구가 줄어들지요. 가파도 고유의 생활 풍경을 찾고 마을의 문화를 만들면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자녀들도 떠나지 않겠지요. 관광객만을 위한 섬으로 설계하진 않을 겁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