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바둑에서 두 대국자는 일류감각을 선보였다. 먼저 이세돌 9단. 초반 우변의 백 세력을 제한하고 흑 세력을 키운 21(참고 1도의 ○)은 여간해선 생각해내기 어려운 명점이었다. 참고 1도처럼 평범하게 백 1로 받는 것은 흑이 원하는 그림. 흑 2부터 백을 밀어붙이고 흑 14로 상변 폭을 넓힌다. 우변은 ‘가’로 뒷문이 열려 있어 크지 않다.
조한승 9단도 지지 않았다. 중앙의 백 세력을 키우는 44(참고 2도의 ○)가 역시 명점이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일까. 곧이어 너무 헤픈 수가 나온다. 흑이 45로 우상귀를 잡으려 하는데 손을 빼고 46으로 한 번 더 밀고 간 것은 실착이었다. 참고 2도처럼 백 1, 3으로 귀를 살아야 했다. 흑 4에 대해선 백 5로 둔다. 상변 흑보다 중앙 백이 더 커져 둘 만하다. 실전에서는 백이 손을 빼는 바람에 흑이 우상귀를 잡았다. 흑이 편한 바둑.
이후 백 세력권에 흑이 뛰어들어 타개에 성공하면서 흑의 승리가 사실상 결정됐다. 중후반 패싸움이 벌어졌으나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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