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네가 있는 바다에 걸어 들어가 너의 몸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함께 물속을 떠다닐 수만 있다면 정녕 그렇게 하고 싶다.”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인 6일 오후 부천 석왕사(주지 영담 스님)에서 열린 추모문화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한 학생의 어머니가 편지글을 낭송하자 장내는 무거운 침묵과 함께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 어머니는 이어 “너를 지척에 두고 너는 거기에 있는데, 엄마는 이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엄마는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어서 정말 미안하구나”라고 했다.
6일 서울 조계사를 비롯해 전국 2만여 개 사찰에서 일제히 열린 부처님오신날 법요식과 앞서 열린 연등행사는 종교, 종교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새길 수 있는 자리였다.
불교계는 세월호 참사를 접한 후 고민에 빠졌다. 부처님오신날을 봉축(奉祝)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들이 시기적으로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등행사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연등행사와 법요식은 봉축보다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형식으로 ‘여법(如法·법과 이치에 합당함)하게’ 치러졌다. 수만 명이 참여해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거리 연등행사도 추모 분위기 속에 원만하게 치러졌다.
조계사 법요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해 사과의 뜻과 함께 국가 안전 정책과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꿀 것을 다짐했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쇼로 매도하고 있지만 그 사과와 다짐에 대한 공감의 시선이 많다.
불교계는 그동안 안팎의 문제로 바람 잘 날 없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민적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종교 본연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제는 어버이날이었다. 카네이션 대신에 실종자 귀환을 염원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이들에겐 가장 슬픈 날이 됐다. 영담 스님의 추도사로 모든 어버이들을 위한 위로를 대신한다.
“미안합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이제 미안함과 부끄러움은 떨치겠습니다. …그 짧고 절박했던 순간에 나보다 먼저 남을 배려했던 그대들의 모습만 기억하겠습니다. 다시 이 땅에서 안타까운 슬픔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무방비와 무대책, 무책임은 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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