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하나 둘… 긴 여행길을 떠납니다. 잠시라도 붙잡아 두고 싶은 심정입니다. 세월호 침몰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우리 아이들은 차디찬 바닷속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아들 딸들을 위해 매 끼니를 준비하지만 밥상에 올려져 있는 숟가락에는 눈물만 고여 있네요. 현관문을 열고 ‘잘 다녀왔어요’ 환하게 인사하며 품에 안길 아이들은 시커먼 밤바다 깊은 곳에 갇혀있고, 하늘에 떠 있는 별들만이 검은 바다 위를 비춥니다. 이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 그리고 선생님깵.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이라도 불러보고 싶어요.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나의 사진 앞에 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어요.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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