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아서 먹고 구워서 먹고 프라이나 스크램블을 해서도 먹는 것. 많은 요리의 필수 재료로 쓰이지만 그 자체로도 완전한, 그래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한 영웅’과도 같은….”
바로 달걀이다. 단백질의 보고(寶庫)이자 멀티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 역할을 하는 달걀은 ‘건강한 한 끼’의 필수 음식으로 꼽힌다. 달걀은 대개 식사 재료로 쓰이지만 출출한 밤에도 후회 없는 간식이 된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기농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세상의 모든 달걀 요리’라는 책을 펴낸 로즈 카라리니는 “달걀이야말로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과도 같다”고 말한다. 카라리니의 달걀 레시피(요리법)를 읽다보면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고 다니렴’이라고 말하는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를 소개한다. 요리 그림은 식물 세밀화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피오나 스트릭랜드가 그렸다.
에그 샌드위치
-달걀을 활용한 가벼운 점심으로는 에그 샌드위치가 단연 갑(甲). 샌드위치 빵은 신맛이 나게 발효한 ‘사워도(Sour dough)’를 쓰면 좋다.
-재료: 식빵, 달걀, 마요네즈
-요리법: 완숙 달걀을 곱게 다져 마요네즈를 살짝 넣어 섞은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얇게 썬 빵에 나눠서 올리고 워터크레스나 새싹 채소를 올린다.
기호에 따라 안초비를 가늘게 조각 내서 올려도 좋다.
▼ 로즈 카라리니 e메일 인터뷰 ▼
로즈 카라리니가 소개하는 달걀 요리는 영양만점이면서 언제라도 뚝딱 만들 수 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카라리니와 e메일로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왜 달걀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달걀은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 대비 효능이 좋다. 사람들에게 달걀 요리를 떠올리라면 언뜻 대여섯 개 정도를 꼽지만 사실 100가지도 넘는다. 많은 사람들이 달걀을 ‘그저 그런’ 식재료로 치부하는 게 안타까웠다.” ―달걀 요리의 원칙은…
“최고의 달걀을 골라 간소하고 소박한 요리로 선보이는 것이다. 비단 달걀 요리뿐 아니라 삶에서도 이런 태도를 유지하려 한다.” ―최고의 달걀은…
“좁은 우리에 갇혀서 항생제를 맞고 자란 암탉이 아닌, 야외에서 마음껏 뛰놀면서 건강한 모이를 먹은 암탉이 낳은 달걀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다른 데에 쓰는 돈을 줄이더라도 ‘건강한 달걀’을 사라고 말하고 싶다.”
그린 채소 달걀 프라이
-녹색, 노란색, 흰색이 조화를 이뤄 눈이 즐겁고, 쉽게 만들어 손도 편하다.
-재료(1인분): 굵은 줄기를 제거한 시금치 150∼225g, 올리브오일 2큰술, 달걀 2개, 소금, 후춧가루, 곱게 다진 파슬리 1작은술
-요리법:
냄비에 물을 끓인 뒤 시금치를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 2분간 데친다.
물을 따라내고 시금치에 남은 물기를 제거해 접시에 펴 담는다.
프라이팬에 오일을 두르고 약불과 중불 사이에서 달군다.
프라이팬에 달걀을 1분간 서서히 익히고, 파슬리를 뿌린다.
소금과 후추 간을 한다.
프라이팬 뚜껑을 덮고 1분간 달걀과 허브를 같이 찐다.
달걀을 꺼내 시금치 위에 올린다.
전통 자완무시(茶碗蒸し·일본식 계란찜)
-애피타이저(식전 요리)뿐 아니라 메인 요리로도 먹을 수 있다.
-재료(4인분): 달걀 4개, 다시마 육수 600mL, 간장 1작은술, 사케 약간(선택), 얇게 썬 표고버섯 4개, 뼈와 껍질을 제거한 뒤 한입 크기로 썬 닭 가슴살 150g, 껍데기를 벗긴 뒤 익힌 새우 8개, 완두 8개 또는 시금치 약간, 소금, 곱게 다진 쪽파(선택)
-요리법: 달걀을 가볍게 풀되 거품이 너무 많이 나지 않게 주의한다.
육수와 간장, 설탕, 사케를 넣는다. 소금 간을 한다.
달걀과 섞은 재료를 체에 걸러 4개의 내열 용기(컵이나 그릇)에 담는다.
내열 용기에 버섯, 닭고기, 새우 깍지 완두를 나누어 넣는다.
찜기에 물을 넣고 가열한다.
내열 용기를 찜기에 넣고 달걀을 혼합한 재료를 넣는다.
찜기를 얇은 천과 뚜껑으로 덮는다.
센 불에서 2분간 찐 뒤 약한 불로 줄이고, 이쑤시개로 찔러 아무것도 묻어 나오지 않을 때까지 20분간 찐다.
쪽파를 고명으로 올린다.
에그인더미들(Egg in the Middle)
-재미있는 모양 때문에 아이들은 ‘애꾸눈 잭’, ‘옹이구멍 달걀’, ‘새 둥지’ 등으로 부른다.
-재료(2인분): 통밀 식빵 2장, 올리브오일 2∼3큰술, 달걀 2개
-요리법: 쿠키커터 등을 이용해 식빵 가운데에 5cm 크기의 구멍을 뚫는다.
프라이팬에 오일 2큰술을 넣고 중불에 달군 뒤 식빵과 동그란 빵을 노릇해지게 굽는다.
빵을 뒤집고 필요에 따라 오일을 더 넣는다.
달걀을 깨서 미리 뚫은 구멍 안에 넣는다(흰자를 조금 따라내고 넣기도 한다).
불을 줄이고, 흰자는 익고 노른자가 살짝 익기 시작할 때까지 굽는다.
뒤집개를 사용해 빵을 접시에 옮기고 동그란 빵을 모자처럼 노른자 위에 올린다.
워터크레스(물냉이)를 넣은 달걀 샐러드
-워터크레스의 후추 같은 매운맛과 달걀 노른자의 부드러운 식감이 천생연분이다.
-재료(4인분): 완숙 달걀 4개, 워터크레스 네 줌, 얇게 썬 쪽파 3대, 올리브오일에 구운 크루통(Cro^uton·빵 껍질) 한 줌, 드레싱.
※드레싱은 비네그레트를 추천한다. 레드 와인 비니거 3큰술, 올리브오일 120mL, 디종 머스터드 1큰술, 소금 1/2 작은술, 맑은 꿀 1작은술, 후춧가루를 넣어 만든다.
-요리법: 비네그레트 재료를 모두 넣은 뒤 잘 섞는다.
달걀 껍데기를 벗겨 굵게 다지고 준비한 재료들과 함께 그릇에 넣는다. 샐러드 위에 비네그레트를 붓고 가볍게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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